마블러스 마빈 헤글러(Marvelous Marvin Hagler, 1954년 5월 23일 ~ 2021년 3월 13일)는 미국의 프로 권투 선수이다. 프로 복싱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들급 챔피언 중 한 명으로 평가받으며, 1980년부터 1987년까지 세계복싱협회(WBA), 세계복싱평의회(WBC), 국제복싱연맹(IBF) 미들급 통합 챔피언으로 군림했다. 본명은 마빈 너새니얼 헤글러(Marvin Nathaniel Hagler)였으나, 스포츠 아나운서들이 자신의 별명인 '마블러스(Marvelous)'를 불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1982년에 아예 법적 이름을 마블러스 마빈 헤글러로 개명할 만큼 자신의 정체성과 복싱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우스포(왼손잡이) 스탠스를 취했지만, 경기 중 자유자재로 오소독스(오른손잡이)로 전환할 수 있는 완벽한 스위치 히터(Switch Hitter)였다. 묵직한 펀치력, 지치지 않는 체력, 그리고 복싱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이른바 '강철 턱(Iron Chin)'을 보유하여 맷집이 매우 뛰어났다. 프로 생활 내내 단 한 번의 다운(이마저도 슬립성 논란이 있는)만 기록했을 정도였다. 1973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압도적인 실력에도 불구하고 비주류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타이틀전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1980년 영국의 앨런 민터를 런던 적지에서 3라운드 TKO로 꺾으며 마침내 미들급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1980년대는 이른바 '중량급의 황금기'이자 'F4(The Four Kings)'의 시대로 불리며, 헤글러는 슈거 레이 레너드, 토마스 헌스, 로베르토 두란과 함께 이 시대를 이끈 핵심 인물이었다. 이들 간의 맞대결은 복싱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만들어냈는데, 특히 1985년 토마스 헌스와 치른 타이틀 방어전은 복싱 역사상 가장 위대한 3라운드로 불린다. '더 워(The War)'라는 부제가 붙은 이 경기에서 헤글러는 1라운드부터 헌스와 엄청난 난타전을 벌인 끝에 3라운드 KO승을 거두며 자신의 전성기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앞서 1983년에는 로베르토 두란을 상대로 15라운드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두며 타이틀을 방어하기도 했다.
헤글러의 프로 무대 마지막 경기는 1987년 4월에 열린 슈거 레이 레너드와의 맞대결이었다. 오랫동안 은퇴 상태였던 레너드가 체급을 올려 복귀하며 치러진 이 경기는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으나, 경기 결과는 복싱 역사상 가장 논란이 많은 판정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헤글러는 끊임없이 압박하며 공격을 시도했지만, 레너드의 화려한 아웃복싱과 연타 기교에 밀려 12라운드 스플릿 디시전(2-1)으로 패배하고 타이틀을 잃었다. 판정 결과에 강하게 불만을 품은 헤글러는 재대결을 원했으나 레너드가 은퇴를 선언해 성사되지 않자, 1988년 미련 없이 복싱계에서 은퇴했다.
은퇴 이후 헤글러는 이탈리아로 이주하여 B급 액션 영화배우로 활동하는 등 주류 복싱계와 거리를 두고 새로운 삶을 살았다. 프로 통산 전적은 67전 62승(52KO) 2무 3패로, 14년의 커리어 내내 KO 패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1993년에는 국제 복싱 명예의 전당(IBHOF)과 세계 복싱 명예의 전당(WBHF)에 모두 헌액되며 복싱 전설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화려한 쇼맨십보다는 묵묵히 훈련에 임하는 블루칼라 복서의 대명사였던 그는 2021년 3월 13일, 66세를 일기로 미국 뉴햄프셔주의 자택에서 돌연사하며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