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은 그레고리력으로 토요일로 시작하는 평년이다. 세계사적으로는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냉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해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대한민국에서는 제5공화국 전두환 정부 집권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는 굵직한 국제적 갈등과 비극적인 사건이 다수 발생했으나, 동시에 통신 기술과 대중문화, 스포츠 분야에서 현대 사회의 기틀을 마련한 중요한 변화들이 일어났다.
국제 사회에서는 냉전의 살얼음판 같은 대립이 이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9월 1일에 발생한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이다. 미국 뉴욕을 출발해 대한민국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소련 사할린 근방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에 의해 무참히 격추되어, 탑승객 269명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 사건은 서방 세계와 공산권의 갈등을 극단적으로 악화시켰다. 이외에도 10월에는 미국 해병대 병영을 표적으로 한 레바논 베이루트 폭탄 테러가 발생했고, 이에 뒤이어 미군이 그레나다를 침공하는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이념과 종교, 군사적 충돌이 빈발했다.
대한민국 국내 정치 및 외교사에서도 큰 비극이 있었다. 10월 9일, 버마(현 미얀마)를 국빈 방문 중이던 전두환 대통령을 노린 북한의 아웅산 묘역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이 테러로 인해 부총리를 비롯한 핵심 각료와 수행원, 기자 등 17명이 순직하여 국가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반면, 같은 해 6월 30일부터 한국방송공사(KBS)에서 방영을 시작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특별 생방송은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려는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당초 단기 기획이었던 이 방송은 폭발적인 반응으로 138일간 이어졌으며, 훗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만큼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과학기술과 IT 산업 측면에서 1983년은 기념비적인 해이다. 1월 1일, 아르파넷(ARPANET)이 통신 프로토콜을 TCP/IP로 전환하며 현대적 의미의 인터넷이 탄생했다. 또한 모토로라가 세계 최초의 상용 휴대전화인 '다이나택 8000X'의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승인을 받아내며 이동통신 시대의 서막을 열었고, 일본 닌텐도는 '패밀리 컴퓨터(패미컴)'를 발매하여 가정용 비디오 게임 시장의 부흥을 이끌었다. 대중문화계에서는 마이클 잭슨이 앨범 '스릴러(Thriller)'의 연이은 히트와 문워크 춤으로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대한민국의 대중문화 및 스포츠계 역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만화가 김수정의 대표작 '아기공룡 둘리'가 만화 잡지 '보물섬'을 통해 처음 연재되어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 캐릭터의 탄생을 알렸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5월에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 축구 리그인 '슈퍼리그(현 K리그)'가 출범하여 할렐루야 축구단이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프로 씨름이 정식으로 출범하여 제1회 천하장사 대회에서 이만기가 초대 천하장사에 등극하는 등, 프로 스포츠가 국민적인 여가 문화로 확고히 자리 잡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