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저 1

챌린저 1(Challenger 1)은 1983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영국 육군의 주력 전차(MBT)로 활약한 기갑 장비이다. 본래 이 전차는 이란의 팔레비 왕조가 주문했던 '쉬르 2(Shir 2)' 전차를 기반으로 개발되었으나,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인해 계약이 취소되자 영국 국방부가 이를 자국군의 차세대 전차로 채택하면서 챌린저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기존의 치프틴 전차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며, 서방권 전차 설계 철학 중 방어력에 가장 큰 비중을 둔 설계를 특징으로 한다.

챌린저 1의 가장 혁신적인 특징은 '초밤(Chobham)'이라 불리는 복합 장갑을 본격적으로 채용했다는 점이다. 세라믹과 금속판 등을 다층 구조로 결합한 이 장갑은 당시 소련군이 보유했던 성형작약탄(HEAT)과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FSDS)에 대해 획기적인 방어력을 제공했다. 차체와 포탑의 전면부에 집중 배치된 이 복합 장갑 덕분에 챌린저 1은 동시대 서방측 전차 중에서도 최상급의 생존성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이는 이후 등장하는 챌린저 2 설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화력 측면에서는 120mm L11A5 강선포를 주무장으로 채택했다. 당시 독일의 레오파르트 2나 미국의 M1 에이브람스가 활강포를 선택한 것과 달리, 영국은 원거리 명중률과 점착유탄(HESH) 사용 효율을 중시하여 강선포를 고집했다. 사격통제장치는 치프틴에 비해 개선되었으나 도입 초기에는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다소 불안정한 성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숙련된 승무원의 조작이 더해졌을 때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으며, 특히 걸프전 당시 약 5.1km 거리에서 이라크군의 전차를 격파하며 전차전 역사상 최장 거리 저격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기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1,200마력의 퍼킨스 CV12 디젤 엔진과 데이비드 브라운 TN37 자동 변속기를 탑재했다. 이전 모델인 치프틴 전차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엔진 신뢰성 부족을 해결하는 데 주력했으며, 유압식 현수장치를 적용해 거친 지형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주행 성능과 사격 플랫폼을 제공했다. 비록 가스터빈 엔진을 장착한 M1 에이브람스나 고출력 디젤 엔진의 레오파르트 2에 비해 가속력이나 최고 속도는 다소 뒤처졌으나, 육중한 장갑을 고려한 중량 대비 준수한 기동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챌린저 1은 1991년 걸프전에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영국군의 챌린저 1 부대는 단 한 대의 전차도 적의 공격으로 완파되지 않으면서 수백 대의 이라크 전차를 파괴하는 압도적인 전과를 올렸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후계 기종인 챌린저 2에게 자리를 내주고 영국군에서 퇴역했으며, 퇴역한 물량 중 상당수는 요르단으로 수출되어 '알 후세인'이라는 명칭으로 운용되었다. 챌린저 1은 영국 전차 설계의 전통인 방어력 우선주의를 실전에서 증명한 기념비적인 전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