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서덜랜드(William Sutherland, 1859~1911)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이론 물리학자이자 물리화학자로, 기체 분자 운동론과 액체의 구조 및 확산 현상 연구에 중대한 공헌을 하였다. 그는 평생의 대부분을 멜버른에서 보내며 독자적인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당대 유럽 중심의 과학계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에 게재되며 널리 인정받았다. 특히 기체의 점성 계수와 온도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서덜랜드 공식’을 도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서덜랜드의 가장 대표적인 업적인 서덜랜드 공식은 분자 간의 인력을 고려하여 기체의 점성을 계산하는 수식이다. 이전의 고전적인 분자 운동론에서는 분자를 단순히 충돌하는 딱딱한 구체로 가정하였으나, 서덜랜드는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약한 인력이 점성에 미치는 영향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였다. 이 공식은 실제 기체의 실험 결과와 매우 잘 부합하며, 오늘날에도 기체 역학 및 항공우주 공학 분야에서 유체의 점성을 추정하는 표준적인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확산 이론 연구에서도 선구적인 역할을 하였다. 190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브라운 운동을 설명하며 발표한 확산 계수와 점성 사이의 관계식인 ‘스토크스-아인슈타인 방정식’을 서덜랜드는 그보다 앞선 1904년에 독립적으로 도출하여 발표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문헌에서는 이 식을 ‘스토크스-아인슈타인-서덜랜드 방정식’이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그는 이 연구를 통해 미시적인 분자의 크기가 거시적인 확산 현상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정량적으로 규명하려 노력하였다.
서덜랜드의 연구 범위는 기체와 액체의 물성 연구에 그치지 않고 용액의 전기 전도도, 표면 장력, 그리고 원자 내 전자의 배치 문제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했다. 그는 물질의 거시적 성질을 미시적인 분자 수준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하려는 일관된 학문적 태도를 견지하였다. 비록 실험 시설이 부족한 환경이었으나 철저한 이론적 분석과 기존 실험 데이터의 재해석을 통해 물리화학의 기초를 다지는 데 기여하였다.
윌리엄 서덜랜드는 1911년 52세의 나이로 멜버른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학문적 성취는 사후에 더욱 높게 평가받았으며, 오스트레일리아 과학계의 위상을 높인 초기 인물 중 한 명으로 기억되고 있다. 멜버른 대학교는 그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서덜랜드의 이름을 딴 메달을 제정하기도 하였으며, 그가 남긴 수많은 논문은 20세기 초반 분자 물리학이 현대적인 형태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