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은 제국주의 열강의 세력 판도가 급격히 재편된 해였다. 동아시아와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전쟁과 혁명, 과학적 발견이 잇따르며 근대사의 중요한 변곡점이 되었다. 특히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갈등이 정점에 달하며 기존의 국제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패권이 형성된 시기이기도 하다.
러일전쟁의 종결은 1905년의 가장 중대한 국제적 사건이었다. 5월 쓰시마 해전에서 일본 해군이 러시아의 발틱 함대를 격파하며 승기를 잡았고, 이후 미국의 중재로 9월 포츠머스 조약이 체결되었다. 이 조약을 통해 러시아는 한반도와 만주에서의 이권을 포기하고 일본의 우위를 인정하게 되었다. 이 전쟁의 결과로 일본은 아시아의 신흥 강국으로 확실히 부상했으며, 러시아 제국은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통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한반도 역사에서 1905년은 국권 상실의 비극적인 서막이 오른 해였다. 11월, 일제는 무력을 앞세워 대한제국과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했다. 이 조약으로 대한제국은 외교권을 박탈당하고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했으며, 통감부가 설치되어 내정 간섭이 본격화되었다. 이에 대항하여 장지연은 '시일야방성대곡'을 발표하고 전국 각지에서 의병 운동이 일어나는 등 민족적 저항이 거세게 전개되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전제 정치에 반대하는 대규모 민중 봉기가 일어났다. 1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평화로운 시위대를 향해 군대가 발포한 '피의 일요일' 사건은 제정 러시아의 권위를 실추시켰으며, 이는 전국적인 파업과 함대 반란으로 확산되었다. 비록 이 1905년 혁명은 미완으로 끝났으나, 니콜라이 2세가 '10월 선언'을 통해 국회(두마) 창설을 약속하는 등 러시아 정치 체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과학사에서 1905년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기적의 해(Annus Mirabilis)'로 불린다. 아인슈타인은 이 해에 광전효과, 브라운 운동, 특수 상대성 이론에 관한 네 편의 혁신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연구는 고전 물리학의 근간을 뒤흔들며 현대 물리학의 기초를 확립했으며, 물질과 에너지의 관계를 정의한 'E=mc²' 공식을 통해 인류의 과학적 지평을 획기적으로 확장했다.
문화 예술계에서는 프랑스 파리의 가을 살롱에서 야수파 운동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현대 미술의 시작을 알렸다. 앙리 마티스 등은 강렬한 원색과 파격적인 붓터치를 사용하여 전통적인 회화 기법에 도전했다. 이러한 흐름은 형태의 왜곡과 색채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이후 표현주의와 입체주의로 이어지는 중요한 예술적 발판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