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기야마 코이치(すぎやま こういち, 1931~2021)는 일본의 작곡가, 편곡가이자 지휘자로, 본명은 스기야마 시게마루이다. 도쿄 대학 교육학부를 졸업한 후 후지 TV에 입단하여 방송국 PD 및 연출가로 활동하며 음악 활동을 병행하였다. 초창기에는 '더 피너츠'와 같은 유명 가수들의 히트곡을 작곡하고 애니메이션 《과학닌자대 갓차맨》, 《전설거신 이데온》 등의 음악을 담당하며 대중음악 작곡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그의 이력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1980년대 게임 음악 분야에 투신한 것이다. 1986년 에닉스(현 스퀘어 에닉스)의 역할수행게임(RPG) 《드래곤 퀘스트》의 음악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게임 음악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그는 서양 고전 음악의 형식을 도입하여 게임 음악의 수준을 끌어올렸으며, 특히 시리즈의 상징인 ‘서곡(Overture)’은 장엄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구현하여 전 세계 게임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기야마는 게임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문화를 정착시킨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1986년 세계 최초의 게임 음악 오케스트라 공연인 ‘패밀리 클래식 콘서트’를 개최하였고, 이는 이후 게임 음악이 하나의 독립된 공연 예술 장르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반복해서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악"을 지향하며 바로크 음악과 고전파 음악의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으며, 이는 현대 일본 게임 음악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확립하는 데 기여하였다.
문화적 성취 면에서 그는 일본 내외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6년에는 '최고령 게임 음악 작곡가'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되었으며, 2020년 일본 정부로부터 문화공로자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그가 작곡한 《드래곤 퀘스트》의 서곡이 선수단 입장곡 중 첫 번째 곡으로 사용되어 그의 음악적 영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였다.
그러나 그의 생애에는 정치적 논란도 뒤따랐다. 생전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며 역사 인식 문제와 성 소수자 인권 문제 등에 관해 극우적인 발언을 하여 국제적인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그가 정립한 게임 음악의 기틀은 후대 음악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2021년 9월 30일, 패혈증으로 인해 향년 90세의 나이로 별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