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럿 램플링(Charlotte Rampling, 1946년 2월 5일 ~ )은 영국의 배우로,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 세계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 온 인물이다. 그녀는 특유의 서늘하고 관통하는 듯한 눈빛으로 인해 '더 룩(The Look)'이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주로 지적이고 신비로우며 복합적인 심리를 지닌 캐릭터를 연기하며 예술 영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에서 태어났으나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을 무대로 활동하며 국경을 초월한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
1960년대 '스윙잉 런던(Swinging London)'의 분위기 속에서 모델로 경력을 시작한 램플링은 1965년 영화 <너클>로 데뷔했다. 이후 1966년 <조지 걸>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으나, 그녀의 진가는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저주받은 자들>(1969)과 릴리아나 카바니 감독의 <비엔나 호텔의 야간 수위>(1974)에서 발휘되었다. 특히 나치 수용소의 생존자와 전직 나치 장교 사이의 파격적인 관계를 다룬 <비엔나 호텔의 야간 수위>는 그녀에게 세계적인 명성과 동시에 논란을 안겨주며, 램플링이 한계 없는 연기를 펼치는 배우임을 입증했다.
1980년대와 90년대에도 램플링은 상업적 성공보다는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에 주력했다. 우디 앨런의 <스타더스트 메모리즈>(1980)와 시드니 루멧의 <심판>(1982)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으며, 인간 내면의 어둠과 욕망을 탐구하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는 영어뿐만 아니라 불어에도 능통하여 프랑스 영화계에서도 깊은 뿌리를 내렸으며, 이는 그녀가 할리우드 스타 시스템에 매몰되지 않고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었다.
2000년대 들어 램플링은 프랑수아 오종 감독과의 협업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모래 아래>(2000)와 <스위밍 풀>(2003)은 그녀의 절제되면서도 강렬한 연기력을 다시금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2015년 영화 <45년 후>에서는 결혼 45주년을 앞두고 과거의 비밀을 마주하는 여인의 미묘한 심리를 완벽하게 표현하여 베를린 국제 영화제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최근에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 시리즈에서 대모 가이우스 헬렌 모히암 역을 맡아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노년기에도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샬럿 램플링의 연기 인생은 단순히 외적인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의 흐름을 연기에 담아내며 인간의 고독과 실존적 불안을 탐구해 온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에서 벗어나 도발적이고 위험하며 때로는 냉소적인 인물을 연기함으로써 현대 영화 속 여성상의 외연을 확장했다. 2000년 대영제국 훈장(OBE)을 수훈하고 2019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 명예 황금곰상을 받는 등 그녀의 영화사적 공로는 세계적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