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영화 '300'은 프랭크 밀러와 린 발리의 1998년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여 2006년에 개봉한 미국의 액션 영화다. 잭 스나이더가 감독을 맡았으며,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 전쟁 중 일어난 테르모필레 전투를 소재로 한다. 이 영화는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 왕이 이끄는 300명의 정예 병사가 수십만 명의 페르시아 대군에 맞서 싸운 영웅적 서사를 다룬다. 역사적 사실을 정밀하게 재현하기보다는 원작 그래픽 노블의 시각적 양식을 극대화하여 판타지적 색채가 강한 영상미를 선보인 것이 특징이다.

줄거리의 중심이 되는 테르모필레 전투는 그리스 도시국가 연합군이 페르시아의 침공을 막기 위해 좁은 협곡에서 벌인 실제 지연전이다. 영화 속 레오니다스 왕은 신탁과 정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친위대인 300명의 용사만을 이끌고 전장으로 향한다. 이들은 테르모필레의 지형적 이점을 활용하여 압도적인 숫자의 페르시아 군대를 며칠 동안 저지하며 그리스 본토가 방어 태세를 갖출 시간을 벌어준다. 결국 내부 배신자 에피알테스의 밀고로 우회로가 노출되면서 전원이 전사하게 되지만, 이들의 희생은 이후 살라미스 해전과 플라타이아 전투로 이어지는 그리스 승리의 정신적 토대가 된다.

시각적 측면에서 '300'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기술력을 선보였다. 거의 모든 장면을 블루 스크린 앞에서 촬영한 뒤 후반 작업에서 정교한 CGI 배경을 합성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특히 '크러시드 블랙(Crushed Blacks)'이라 불리는 강렬한 명암 대비와 채도를 낮춘 독특한 색감은 원작 만화의 질감을 스크린으로 옮겨왔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잭 스나이더 특유의 슬로우 모션과 패스트 모션을 교차하는 액션 연출은 전투의 역동성을 미학적으로 극대화하며 이후 수많은 액션 영화와 영상 매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비판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 테르모필레 전투에는 300명의 스파르타인 외에도 테스피아와 테베 등 수천 명의 다른 그리스 도시국가 연합군이 참전했으나, 영화는 스파르타의 영웅주의를 강조하기 위해 이들의 역할을 상당 부분 축소했다. 또한 페르시아 제국과 크세르크세스 왕을 기괴하고 야만적인 악의 축으로 묘사한 점은 서구 중심적인 오리엔탈리즘 시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이란 정부는 자국 역사의 뿌리인 페르시아를 모욕했다며 공식적으로 항의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개봉 당시 '300'은 전 세계적으로 4억 5천만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상업적인 대성공을 거두었다. 극 중 레오니다스 왕이 외치는 "This is Sparta!"라는 대사는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며 인터넷 밈(meme)의 전형이 되었다. 강인한 신체와 절제된 군인 정신을 강조하는 '스파르타'의 이미지는 현대의 운동 문화나 자기계발 분야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4년에는 후속작인 '300: 제국의 부활'이 개봉하였으나 전작만큼의 파급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0'은 만화적 상상력과 영화적 기술이 결합한 독보적인 스타일의 액션 영화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