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FIFA 월드컵은 서독에서 개최된 열 번째 월드컵 대회로, 1974년 6월 13일부터 7월 7일까지 진행되었다. 이 대회는 브라질이 이전 대회에서 통산 3회 우승을 달성하며 줄리메컵을 영구 소장하게 됨에 따라,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새로운 'FIFA 월드컵 트로피'가 처음으로 도입된 대회이기도 하다. 총 16개국이 본선에 진출하여 9개 도시에서 경기를 치렀으며, 서독은 개최국으로서 우승을 차지하며 자국 통산 두 번째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전술적인 측면에서 1974년 월드컵은 현대 축구의 기틀이 마련된 기념비적인 대회로 평가받는다. 특히 네덜란드가 선보인 '토털 풋볼(Total Football)'은 축구 역사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요한 크루이프를 중심으로 모든 선수가 유기적으로 위치를 바꾸며 공격과 수비에 가담하는 이 전술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에 맞선 서독은 '카이저' 프란츠 베켄바워를 중심으로 하는 리베로 시스템과 강력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하며 전술적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대회 운영 방식에서는 이전과 달리 2차 조별 리그 제도가 도입되었다. 1차 조별 리그를 통과한 8개국이 다시 2개 조로 나뉘어 리그전을 치르고, 각 조 1위가 결승에 진출하는 방식이었다. 조별 리그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경기는 1차 리그에서 성사된 서독과 동독의 맞대결이었다. 분단 국가 간의 자존심이 걸린 이 경기에서 동독이 서독을 1-0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으나, 서독은 이 패배를 약으로 삼아 팀을 재정비한 뒤 2차 리그에서 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뮌헨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은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서독의 프란츠 베켄바워와 네덜란드의 요한 크루이프의 맞대결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네덜란드는 경기 시작 2분 만에 요한 네스켄스의 페널티킥 골로 앞서 나갔으나, 서독은 파울 브라이트너의 페널티킥 동점골과 게르트 뮐러의 역전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두었다. 서독은 네덜란드의 압도적인 화력을 견고한 수비와 역습으로 잠재우며 1954년 이후 20년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 대회는 기록 면에서도 풍성한 성과를 남겼다. 서독의 스트라이커 게르트 뮐러는 결승전 골을 포함해 월드컵 통산 14골을 기록하며 당시 월드컵 역대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폴란드의 그제고시 라토는 7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고, 폴란드가 브라질을 꺾고 3위를 차지하는 돌풍의 주역이 되었다. 1974년 월드컵은 전술의 혁신, 새로운 트로피의 등장, 그리고 개최국의 우승이라는 극적인 요소를 두루 갖추며 축구사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