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6

1496년은 15세기 말의 평년이며, 육십간지로는 병진년(丙辰年)에 해당한다. 서구에서는 대항해 시대가 본격화되던 시기였으며, 동양의 조선에서는 연산군 재위 초기 시기였다. 이 해는 신대륙 탐험과 유럽의 왕실 정략결혼, 그리고 조선의 국가 체제 정비 등 동서양 모두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이 전개된 해이다.

조선에서는 연산군 2년에 해당한다. 이 해 3월, 전임 국왕이었던 성종의 치세를 기록한 《성종실록》 297권이 완성되어 봉안되었다. 또한 국가의 의례를 정비한 《국조오례의》의 수정 및 보완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등 성종 시기부터 이어진 유교적 통치 질서를 확립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연산군과 사림 세력 사이의 잠재적인 갈등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며 향후 벌어질 사화의 전조가 나타나던 시점이기도 하다.

유럽에서는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그의 두 번째 신대륙 항해를 마치고 6월에 스페인으로 귀환하였다. 이 과정에서 콜럼버스의 형제인 바르톨로메오 콜럼버스는 현재의 도미니카 공화국 자리에 산토도밍고를 건설하였다. 산토도밍고는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세운 최초의 영구적인 도시로 기록되며, 이후 스페인의 아메리카 식민 지배를 위한 핵심적인 행정 및 군사 기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포르투갈에서는 국왕 마누엘 1세가 스페인의 이사벨 왕녀와 결혼하는 조건으로 유대인 추방령을 선포하였다. 이에 따라 포르투갈 내의 유대인들은 기독교로 개종하거나 정해진 기한 내에 나라를 떠나야만 했다. 이 사건은 포르투갈 내 지식인과 경제 인력의 유출을 불러왔으며, 유럽의 인구 구성과 경제적 네트워크에 장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문화 및 교육 분야에서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지저스 칼리지가 설립되었다. 사회적으로는 이탈리아 전쟁을 통해 확산되기 시작한 매독이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스코틀랜드 등 북유럽 지역에서도 보고되기 시작했다. 1496년은 이처럼 중세적 질서가 해체되고 근대적 세계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정치, 경제, 보건 등 다양한 방면에서 격동이 일어났던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