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8년

1258년은 세계사적으로 몽골 제국의 세력 확장이 절정에 달하며 중동과 동아시아의 정세가 급변한 해였다. 이 해에는 수백 년간 지속된 이슬람의 권위가 무너지고, 고려에서는 장기 집권하던 무신 정권의 판도가 바뀌는 등 거대한 정치적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또한 거대 화산 폭발의 여파로 전 지구적인 기후 이상과 기근이 발생하여 인류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 시기이기도 했다.

서아시아에서는 칭기즈 칸의 손자 훌라구가 이끄는 몽골군이 아바스 왕조의 수도 바그다드를 함락시켰다. 2월 10일, 마지막 칼리프 알 무스타심이 항복하면서 750년부터 이어진 아바스 칼리프국은 공식적으로 종말을 맞이했다. 이 과정에서 이슬람 학문의 전당이었던 '지혜의 집'이 파괴되고 수많은 서적이 티그리스강에 던져지는 등 이슬람 황금기의 문화유산이 대거 소실되었다. 이 사건은 이슬람 세계의 중심축이 이라크에서 이집트의 맘루크 왕조로 이동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동아시아의 고려에서는 고종 45년을 맞아 대내적인 정권 교체가 일어났다. 김준, 유경 등이 무오정변을 일으켜 최씨 무신정권의 마지막 권력자인 최의를 살해함으로써 4대 62년간 이어진 최씨 정권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는 무신집권기 자체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이후 김준이 권력을 장악하며 또 다른 무신 집권이 이어졌다. 한편, 몽골의 침략이 계속되는 와중에 동북면의 조휘와 탁청이 몽골에 투항하면서, 몽골은 화주(영흥)에 쌍성총관부를 설치하고 고려의 북방 영토를 직접 관할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헨리 3세가 실정을 거듭하자 시몬 드 몬포르를 중심으로 한 귀족들이 봉기하여 '옥스퍼드 조례'를 공포하게 했다. 이 조례는 국왕의 자의적인 권한 행사를 제한하고, 15인 위원회를 구성하여 국정을 감독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비록 이후 국왕과의 갈등으로 전쟁이 발발하기도 했으나, 이는 영국 의회주의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헌법적 기틀을 마련한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자연사적으로 1258년은 전 지구적인 소빙하기의 전조를 보인 해였다. 전년도인 1257년 인도네시아 롬복섬의 사말라스 화산이 인류 역사상 손꼽히는 규모로 폭발하면서, 그 여파로 1258년 전 세계의 기온이 급격히 하강했다. 이로 인해 유럽과 아시아 곳곳에서는 여름철에도 서리가 내리고 대흉작이 발생했으며, 기근과 역병이 창궐하여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 이는 중세 사회의 인구 구조와 경제 체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힌 자연재해로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