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타

후지타 쓰구하루(藤田 嗣治, 1886~1968)는 일본 출신의 화가이자 조각가로,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며 ‘에콜 드 파리(École de Paris)’의 주요 일원으로 명성을 떨쳤다. 도쿄 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1913년 프랑스로 건너가 파블로 피카소, 모딜리아니 등 당대 전위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구축했다. 그는 동양의 전통적인 수묵 기법과 서양의 유화 기법을 결합하여 당대 유럽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의 작품 세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유백색의 피부(Grand Fond Blanc)’라고 불리는 독특한 질감이다. 후지타는 캔버스 위에 활석 가루를 섞은 특수한 바탕재를 사용하여 도자기처럼 매끄럽고 투명한 백색을 구현했으며, 그 위에 가느다란 붓으로 섬세한 검은 선을 그려 넣어 인물과 고양이를 묘사했다. 이러한 기법은 일본의 전통 미학과 서양의 근대성이 조화를 이룬 결과물로 평가받으며, 그는 파리 비평가들과 대중으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1920년대 파리 사교계의 중심 인물이었던 후지타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일본으로 귀국했다. 전쟁 기간 중 그는 일본 군부의 요청에 따라 다수의 전쟁 기록화를 제작했으며, 이는 훗날 그의 예술적 생애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종전 후 일본 미술계에서 전쟁 협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그는 1949년 다시 일본을 떠나 미국을 거쳐 프랑스로 돌아갔다.

프랑스로 재입국한 후지타는 1955년 프랑스 시민권을 취득했으며, 1959년에는 가톨릭으로 개종하여 ‘레오나르(Léonard)’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말년의 그는 종교적 주제에 몰두하였고, 프랑스 랭스에 자신의 손으로 설계하고 벽화를 그린 ‘푸지타 예배당(Chapelle Foujita)’을 건립했다. 1968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사망한 그는 동양과 서양의 예술적 경계를 허문 화가로 기억되며, 오늘날에도 그의 작품은 독창적인 기법과 섬세한 감각으로 높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