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험버

필립 험버(Philip Gregory Humber)는 미국의 전 프로야구 투수로, 1982년 텍사스주 나코도치스에서 태어났다. 라이스 대학교 시절 팀을 대학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전미 대학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으로 주목받았으며,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2004년 MLB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라는 높은 순위로 뉴욕 메츠에 지명되었다. 유망주 시절부터 큰 기대를 모았으나, 커리어 초기인 2005년에 토미 존 수술을 받는 등 부상 악재가 겹치며 성장이 정체되는 시기를 겪기도 했다.

험버의 경력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사건은 2012년 4월 21일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으로 달성한 퍼펙트 게임이다.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그는 9이닝 동안 단 한 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으며,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21번째 기록으로 남았다. 당시 96개의 공으로 대기록을 완성한 그는 무명에 가까웠던 선수에서 단숨에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투수가 되었으며, 이는 그의 프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퍼펙트 게임 달성 이후 험버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대기록 이후 성적이 급격히 하락하며 부진에 빠졌고,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떠나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이적한 뒤에도 반등에 실패했다. 제구 난조와 구위 저하가 이어지며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경쟁력을 잃어갔고, 결국 2013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커리어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후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며 재기를 노렸으나 다시 빅리그의 부름을 받지는 못했다.

2015년에는 한국 프로야구(KBO 리그)의 KIA 타이거즈와 계약하며 아시아 무대에 도전했다. 메이저리그 퍼펙트 게임 달성자라는 화려한 경력 덕분에 국내 야구팬들로부터 상당한 기대를 모았으나, 실제 경기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구속 저하와 변화구의 단조로움으로 인해 한국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했고, 12경기에 등판해 3승 3패, 평균자책점 6.75라는 저조한 성적을 남긴 채 시즌 도중 방출되었다. KIA 타이거즈에서의 실패 이후 그는 프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필립 험버는 메이저리그 통산 16승 23패라는 평범한 성적을 남겼으나, 야구 역사에 단 몇 명만이 보유한 퍼펙트 게임 달성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비록 전성기가 길지 않았고 통산 기록 면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지만, 단 한 경기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야구 역사에 지워지지 않을 기록을 남긴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