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가드너 앨런(Paul Gardner Allen, 1953~2018)은 미국의 기업가이자 투자자, 자선가로 빌 게이츠와 함께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를 공동 창업한 인물이다. 1953년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태어난 그는 레이크사이드 고등학교 시절 빌 게이츠를 만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몰두하며 깊은 우정을 쌓았다. 1975년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앨런은 '모든 가정의 책상 위에 컴퓨터를'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개인용 컴퓨터 혁명을 이끌었다.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사명을 직접 고안한 것도 그였으며, 초창기 소프트웨어 개발과 사업 확장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앨런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적 기틀을 다지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특히 1980년 IBM PC에 탑재할 운영체제를 확보하기 위해 QDOS를 인수하여 MS-DOS로 발전시킨 협상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소프트웨어 업계의 패권을 장악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1982년 희귀 혈액암인 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으면서 1983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완치 판정을 받은 후에도 그는 경영직에 복귀하는 대신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며 기술 고문 역할을 수행했고,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자산가가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난 이후 앨런은 투자 회사인 벌컨(Vulcan Inc.)을 설립하여 기술, 부동산, 미디어 등 광범위한 분야에 투자했다. 그는 스포츠 경영에도 열정을 보여 NBA의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NFL의 시애틀 시호크스를 인수하여 구단주로서 팀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또한 민간 우주 개발 분야의 선구자로서 세계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인 '스페이스쉽원(SpaceShipOne)' 프로젝트를 전폭적으로 후원하여 안사리 엑스 프라이즈를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는 자선 사업과 과학 기술 연구에도 막대한 자산을 환원했다. 인류의 뇌 구조를 규명하기 위한 앨런 뇌과학 연구소(Allen Institute for Brain Science)와 인공지능의 발전을 도모하는 앨런 인공지능 연구소(AI2)를 설립하여 기초 과학 발전에 이바지했다. 또한 시애틀의 문화 발전을 위해 대중음악 박물관인 MoPOP(Museum of Pop Culture)을 건립하고 낙후된 도심 지역을 재개발하는 등 지역 사회 공헌에 앞장섰다. 앨런은 생전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서약에 동참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앨런은 기술과 과학뿐만 아니라 예술과 역사 탐사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숙련된 기타리스트로서 음악 활동을 즐겼으며,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침몰한 전함들을 찾아내는 해양 탐사 프로젝트를 주도하여 일본의 무사시호와 미국의 인디애나폴리스호 등의 잔해를 발견하는 역사적 업적을 남겼다. 2018년 호지킨 림프종의 재발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할 때까지 그는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과 혁신적인 사고로 현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