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트로트급 잠수함은 소련이 냉전 시기에 개발하여 운용한 장거리 공격형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이다. 나토(NATO) 보고 명칭은 '폭스트로트(Foxtrot)'이며, 소련의 공식 프로젝트 명칭은 '프로젝트 641'이다. 1950년대 후반부터 생산이 시작되어 기존의 주루급(Zulu-class) 잠수함을 대체하였으며, 대양에서의 장기 작전 수행 능력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1958년부터 1983년까지 총 70척 이상이 건조되어 소련 해군과 여러 우방국 해군의 핵심 전력으로 활용되었다.
기술적 특징을 살펴보면, 폭스트로트급은 세 개의 프로펠러를 갖춘 추진 방식과 견고한 복각식 선체 구조를 채택하였다. 전장은 약 91.5미터에 달하며, 수중 배수량은 약 2,400톤급이다. 무장으로는 함수에 6문, 함미에 4문으로 총 10문의 533mm 어뢰 발사관을 장착하여 강력한 타격 능력을 보유했다. 당시 기준으로는 우수한 항속 거리를 자랑하여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으나, 스노클링 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으로 인해 정숙성 측면에서는 서방측 잠수함에 비해 다소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폭스트로트급 잠수함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소련 해군은 4척의 폭스트로트급 잠수함을 쿠바 인근 해역으로 파견했으나, 미 해군의 강력한 대잠 봉쇄망에 포위되어 부상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함정에서 핵 어뢰 발사 직전까지 가는 극도의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이는 냉전기 핵전쟁의 위험성을 상기시키는 대표적인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이 잠수함은 소련뿐만 아니라 인도, 리비아, 쿠바, 북한 등 여러 국가에 수출되어 각국 해군의 주력 함정으로 운용되었다. 특히 인도는 8척의 폭스트로트급을 도입하여 자국 해군 잠수함대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일부 함정은 2000년대 초반까지도 현역을 유지했다. 다양한 환경에서의 작전 경험을 통해 검증된 높은 신뢰성과 단순한 구조는 폭스트로트급이 냉전기 가장 널리 보급된 디젤 잠수함 중 하나가 된 원동력이었다.
1980년대 이후 보다 정숙하고 성능이 강화된 킬로급(Kilo-class) 잠수함이 등장하면서 폭스트로트급은 점차 퇴역의 길을 걷게 되었다. 현재 대부분의 함정이 폐기되었으나, 일부는 박물관 함정으로 개조되어 러시아, 미국, 영국 등지에서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폭스트로트급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의 잠수함 건조 기술을 집대성한 모델이자, 대양 해군으로 거듭나려 했던 소련의 전략적 의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유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