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리 블랜처드(Tully Blanchard)는 미국의 전직 프로레슬러로, 1980년대 프로레슬링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인물 중 한 명이다. 1954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프로모터이자 레슬러였던 조 블랜처드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대학 시절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하며 신체 능력을 단련했다. 졸업 후 아버지의 단체인 SCW(Southwest Championship Wrestling)에서 프로레슬링에 입문하며 본격적인 경력을 시작했다.
그의 경력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는 NWA(National Wrestling Alliance)의 짐 크로켓 프로모션에서 활동하던 때이다. 1980년대 중반, 블랜처드는 릭 플레어, 안 앤더슨, 올리 앤더슨과 함께 전설적인 스테이블인 '포 호스맨(The Four Horsemen)'을 결성했다. 제이 제이 딜런을 매니저로 둔 이들은 프로레슬링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악역 집단으로 군림했으며, 블랜처드는 이 안에서 기술적인 정교함과 비열한 악역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단체의 핵심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블랜처드는 안 앤더슨과 결성한 태그팀으로도 명성이 높았다. 이들은 '브레인 버스터즈(The Brain Busters)'라는 팀명으로 활동하며 NWA 월드 태그팀 챔피언십을 차지했고, 1988년에는 WWF(현재의 WWE)로 이적하여 데몰리션을 꺾고 WWF 태그팀 챔피언에 올랐다. 이로써 이들은 NWA와 WWF라는 양대 메이저 단체에서 모두 태그팀 정상에 오른 최초의 팀 중 하나가 되었으며, 정교한 팀워크와 심리전 중심의 경기 스타일은 후대 태그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 후반 WWF를 떠난 블랜처드는 잠시 WCW와 ECW 등에서 활동했으나 이전만큼의 활약을 이어가지는 못했다. 이후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종교인으로서 목회 활동에 전념하며 레슬링계와 거리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포 호스맨의 멤버로서 WWE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며 그 업적을 다시금 인정받았다. 노년에 접어든 2019년에는 AEW(All Elite Wrestling)에 등장하여 숀 스피어스와 FTR의 매니저로 활동하며 여전한 카리스마를 과시했다.
털리 블랜처드는 단순한 힘보다는 영리한 경기 운영과 상대를 자극하는 프로모 능력으로 현대 프로레슬링의 악역 캐릭터를 정립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딸인 테사 블랜처드 역시 프로레슬러로 활동하며 가문의 명성을 잇고 있다. 블랜처드는 기술적 완성도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모두 갖춘 레슬러로서 프로레슬링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