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타카시(渡部高志, 1957년 7월 22일 ~ )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연출가이다. 홋카이도 삿포로시 출신으로, 1980년대부터 애니메이션 업계에 투신하여 수많은 히트작을 탄생시켰다. 특히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걸쳐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다수 성공시키며 일본 심야 애니메이션 및 미디어 믹스 시장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이름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대표적인 작품은 1995년에 방영된 판타지 애니메이션 《슬레이어즈(Slayers)》 시리즈다. 칸자카 하지메의 동명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와타나베 타카시는 특유의 코믹한 연출과 진지한 스토리를 넘나드는 탁월한 완급 조절을 선보였다. 《슬레이어즈》의 엄청난 흥행은 그를 단숨에 인기 감독의 반열에 올려놓았으며, 이후 원작이 있는 판타지 및 코미디 장르를 애니메이션화할 때 섭외 1순위 감독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J.C.STAFF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다수의 히트작을 연출했다. 대표적으로 타카하시 야시치로의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한 《작안의 샤나》 시리즈가 있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이능력 배틀물과 학원 러브코미디를 성공적으로 결합해 내며 2000년대 라이트 노벨 애니메이션 붐을 주도했다. 이 외에도 《비탄의 아리아》, 《헤비 오브젝트》 등 다양한 액션 판타지 작품에서 감독을 맡아 원작의 매력을 영상 매체로 이식하는 데 주력했다.
와타나베 타카시의 연출적 특징은 극단적인 개그와 무거운 전개를 자연스럽게 교차시키는 데 있다. 개그 묘사에서는 과장된 표정과 타이밍을 활용한 슬랩스틱 코미디를 즐겨 사용하지만, 진지한 전개나 전투 씬에서는 분위기를 급반전시켜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한, 음향과 음악을 연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며, 오프닝과 엔딩 영상의 콘티를 직접 짜면서 작품의 주제의식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데 능하다. 반면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Boogiepop Phantom)》와 같이 기존의 작풍과 다르게 철저하게 어둡고 실험적인 연출을 시도한 전적도 있어 스펙트럼이 넓은 감독으로 분류된다.
2010년대 이후에도 《프리징》, 《타부 타투》, 《현실주의 용사의 왕국 재건기》 등의 작품에서 감독 및 연출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업계의 트렌드가 급격히 변화하는 와중에도 자신만의 연출 철학을 유지하며 현역으로 활약 중이다. 비록 다작을 하는 과정에서 작품별 완성도의 편차가 존재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 특히 라이트 노벨 원작 애니메이션의 대중화를 이끈 베테랑 감독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