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이바노비치 포크뤼시킨(Aleksandr Ivanovich Pokryshkin, 1913~1985)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소련 공군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전투기 조종사이자 전술가이다. 그는 독소전쟁 기간 동안 눈부신 전공을 세워 소련 영웅 칭호를 세 차례나 수여받은 최초의 인물로 기록되어 있다. 포크뤼시킨은 단순한 조종사를 넘어 현대 공중전 전술의 체계를 정립한 혁신가로 평가받으며, 전후 소련 공군 원수의 지위에까지 올랐다.
1913년 노보시비르스크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포크뤼시킨은 어린 시절부터 비행기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는 처음에 항공기 정비사로 군 생활을 시작했으나, 조종사가 되겠다는 열망을 버리지 않고 독학에 가까운 노력 끝에 조종사 자격을 취득했다. 1941년 독일의 소련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될 당시 그는 이미 숙련된 조종사였으며, 전쟁 초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게 적기를 격추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포크뤼시킨의 가장 큰 업적은 구태의연했던 소련 공군의 전투 교리를 근본적으로 혁신한 점에 있다. 그는 전쟁 초기 소련 공군이 고수하던 경직된 편대 비행과 저고도 선회전 위주의 전술이 독일군의 현대적 전술에 상대가 되지 않음을 간파했다. 그는 '고도, 속도, 기동, 사격'이라는 네 가지 요소를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공중전 이론을 정립했다. 특히 높은 고도에서 위치 에너지를 이용해 급강하하며 공격하는 수직 기동 전술을 도입하여 소련 공군의 전투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그는 주로 미국에서 공여받은 P-39 에어라코브라(Airacobra) 전투기를 몰고 전장을 누볐다. 독일 공군은 그의 비행술에 경외감을 표했으며, 그가 공중에 나타나면 "주의하라! 포크뤼시킨이 공중에 있다(Achtung! Pokryshkin ist in der Luft)"라는 무선 경고를 공유하며 아군기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그는 개인 통산 59대의 적기 격추 기록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으나, 부하들에게 공을 돌리거나 확인되지 않은 전과를 기록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실제 격추 수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포크뤼시킨은 소련 공군의 요직을 거치며 군 발전에 기여했다. 그는 1972년 공군 원수로 진급했으며, 준군사 조직인 도사프(DOSAAF)의 의장을 맡아 항공 스포츠와 국방 교육의 대중화에 힘썼다. 그는 자신의 전투 경험과 전술 이론을 정리한 여러 권의 저서를 남겼는데, 이는 오늘날까지도 항공 전술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1985년 72세를 일기로 사망한 그는 러시아의 영원한 하늘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