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급 수송상륙함

롤리급 수송상륙함(Raleigh-class amphibious transport dock)은 미국 해군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상륙 작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한 최초의 현대적 수송상륙함(LPD)이다. 기존의 공격 수송함(APA)과 공격 화물 수송함(AKA)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설계를 채택하여, 병력과 장비를 동시에 수송하고 이를 상륙정 및 헬리콥터를 통해 해안으로 투사하는 능력을 갖추었다. 1960년대 초반에 취역하여 미국 해군의 상륙 전력 현대화의 기틀을 마련한 함급으로 평가받는다.

이 함급은 총 3척이 건조되었다. 초도함인 롤리(LPD-1)를 시작으로 밴쿠버(LPD-2), 라살(LPD-3)이 제작되었다. 본래 더 많은 수량이 계획되었으나, 4번함부터는 선체를 확장하고 성능을 개선한 오스틴급으로 설계가 변경되면서 3척으로 마감되었다. 모든 함선은 뉴욕 해군 조선소에서 건조되었으며, 1962년부터 순차적으로 실전 배치되어 냉전 시기 다양한 상륙 기동 부대의 핵심 자산으로 운용되었다.

롤리급의 전장은 약 159미터, 만재 배수량은 약 14,000톤급이다. 함미에는 대형 웰 데크(Well Deck)가 설치되어 있어 LCM-6 상륙정 6척이나 대형 LCVP를 직접 발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또한 함상에는 헬리콥터 이착함이 가능한 비행갑판이 마련되어 수평 및 수직 상륙 작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였다. 다만 초기 설계에서는 전용 헬기 격납고가 설치되지 않아 헬리콥터의 장기적인 운용과 정비에는 다소 제약이 있었다.

3번함인 라살(LPD-3)은 자매함들과는 다른 독특한 운용 이력을 남겼다. 1972년에 지휘함(AGF-3)으로 개조되어 중동 지역을 담당하는 미 해군 제5함대의 기함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라살은 대규모 통신 시설과 지휘 통제 장비를 탑재하기 위해 구조적 변경을 거쳤으며, 열대 기후에서의 운용을 위해 선체를 백색으로 도색하여 '중동의 백기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는 롤리급의 기본 설계가 지닌 확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롤리급 수송상륙함은 1990년대 초반부터 순차적으로 퇴역을 시작하였다. 초도함 롤리는 1991년에, 밴쿠버는 1992년에 각각 현역에서 물러났으며, 지휘함으로 개조되었던 라살은 2005년까지 복무한 후 퇴역하였다. 롤리급은 이후 등장한 오스틴급과 샌안토니오급 수송상륙함의 설계적 모태가 되었으며, 현대적인 LPD 개념을 확립하고 미 해군의 원거리 투사 능력을 입증하는 데 기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