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겐 덴노(霊元天皇, 1654~1732)는 일본의 제112대 천황으로, 에도 시대 중기에 재위하였다. 고미즈노오 천황의 제16황자로 태어났으며, 어머니는 소노 미쓰코이다. 휘는 사토히토(識仁)이며, 아명은 고노미야(高貴宮)였다. 1663년 형인 고사이 천황의 양위를 받아 즉위하였으나, 재위 초기에는 부친인 고미즈노오 법황이 인세이(院政)를 펼치며 실권을 행사하였다.
레이겐 천황의 재위 기간은 막부의 권력이 공고하던 시기였으나, 그는 실추된 조정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였다. 특히 그는 중단되었던 궁중 의례와 제사를 복구하는 데 주력하였다. 대표적으로 천황 즉위 후 처음으로 거행하는 추수 감사 의례인 다이죠사이(大嘗祭)를 약 220년 만에 부활시켰으며, 이는 천황의 종교적, 전통적 위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에도 막부와의 관계에서 매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 막부는 '금중병공가제법도'를 통해 조정의 행동을 엄격히 제약하고 있었으나, 레이겐 천황은 이에 순응하기보다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며 막부의 간섭에 저항했다. 이러한 성향은 막부와의 갈등을 야기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조정 내부에서 천황의 친정 체제를 강화하려는 의지로 평가받는다.
1687년 아들인 히가시야마 천황에게 양위한 후에도 레이겐 상황으로서 오랜 기간 인세이를 실시하였다. 그는 퇴위 후에도 조정의 실권을 쥐고 막부와 교섭하며 영향력을 행사하였으며, 히가시야마 천황 및 나카미카도 천황의 치세에 이르기까지 약 40여 년간 조정의 최고 권력자로 군림하였다. 이 시기 그는 조정의 위엄을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황실의 전통 보존에 힘썼다.
문화적으로도 뛰어난 재능을 지녔던 레이겐 천황은 와카(和歌)와 서예에 능통하였다. 그는 수많은 시 가집을 남겼으며, 그의 서체는 '레이겐인류'라 불리며 당대와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1732년 7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으며, 그의 치세와 상황 시절의 활동은 에도 시대 중기 조정이 막부의 통제 속에서도 독자적인 문화와 정통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였다는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