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29

T29 중전차(T29 Heavy Tank)는 제2차 세계 대전 말기 미국이 독일군의 강력한 중전차인 6호 전차 B형 '티거 2'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한 프로토타입 중전차다. 1944년부터 개발이 시작되었으며, 당시 미군이 운용하던 M4 셔먼이나 M26 퍼싱보다 훨씬 강력한 화력과 장갑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비록 전쟁 종결 전까지 실전에 투입되지는 못했으나, 전후 미국 중전차 설계의 기술적 토대를 마련한 중요한 기종으로 평가받는다.

T29의 가장 큰 외형적 특징은 거대한 포탑과 강력한 주포다. 주무장으로 105mm T5E1 강선포를 채택하였는데, 이는 당시 독일의 8.8cm KwK 43 포를 능가하는 화력을 보유하고자 한 선택이었다. 이 주포를 수용하기 위해 포탑의 크기가 매우 비대해졌으며, 포탑 전면 장갑은 최대 249mm에 달할 정도로 두꺼웠다. 차체 전면 역시 경사 장갑을 적용하여 높은 방어력을 확보했으나, 이로 인해 전체 중량이 약 64톤에 이르는 거구가 되었다.

기동력 확보를 위해 T29에는 약 770마력을 발휘하는 포드(Ford) GAC V12 액랭식 가솔린 엔진이 탑재되었다. 변속기는 초기 설계 단계에서부터 새로운 기술적 시도가 이루어졌으나, 거대한 중량으로 인해 최고 속도는 시속 약 35km 수준에 그쳤다. 야지 주파 능력 등 전반적인 기동성은 제한적이었으며, 이는 중전차 특성상 방어력과 화력에 치중한 결과였으나 운용 측면에서는 교량 통과나 수송 등에서 큰 제약 사항이 되었다.

T29 계획은 단순히 하나의 전차에 그치지 않고 여러 파생형 개발로 이어졌다. 155mm 주포를 장착한 T30 중전차와 120mm 대공포를 전차포로 개수한 T34 중전차가 대표적인 형제 기종들이다. 이들 전차는 동일한 차체 설계를 공유하며 서로 다른 화력 시험을 수행했다. 특히 T34는 훗날 냉전기 미국의 주력 중전차인 M103의 개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이 과정에서 축적된 대구경 주포 운용 데이터는 미군 기갑 장비 현대화에 기여했다.

결과적으로 T29는 생산 지연과 전쟁의 조기 종료로 인해 총 8대의 시제 차량만이 제작된 채 양산에 이르지 못했다. 실전 기록은 없으나 에버딘 성능시험장 등에서 실시된 각종 테스트를 통해 많은 기술적 성과를 남겼다. 현재 소수의 잔존 차량이 조지아주 포트 무어(Fort Moore) 등 미국의 군사 박물관에 보존되어 전시되고 있으며, 대전기 중전차 발달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로 취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