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식 改

97식 중전차 카이(九七式中戦車 改)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 제국 육군이 운용한 97식 중전차 치하의 개량형 모델이다. 기존 치하 전차의 포탑을 재설계하고 주포를 교체하여 부족했던 대전차 전투 능력을 강화한 파생형으로, 흔히 '신포탑 치하(新砲塔 チハ)'라고도 불린다. 태평양 전쟁 중반 이후 미군의 전차 전력에 대항하기 위해 급하게 투입된 일본군의 주력 기갑 장비 중 하나였다.

이 전차의 개발 배경은 1939년 할힌골 전투(노몬한 사건)의 쓰라린 전훈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일본군의 주력 전차였던 초기형 97식 치하는 보병 지원을 목적으로 한 단포신 57mm 유탄포를 탑재하고 있었는데, 이는 낮은 포구 초속으로 인해 소련군의 BT 전차나 T-26과 같은 경전차의 장갑조차 제대로 관통하지 못했다. 대전차 공격 능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기존 전차의 한계를 통감한 일본 육군은 관통력이 우수한 신형 47mm 포를 주포로 채택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탑재하기 위해 차체는 유지하되 포탑을 대형화하는 개량 사업을 진행했다.

기술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주포와 포탑의 형상이었다. 기존의 57mm 포 대신 탑재된 1식 47mm 전차포는 구경은 줄었으나 포신의 길이가 길어져 탄속이 빨라졌고, 이에 따라 장갑 관통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새로운 주포를 운용하고 좁은 내부 공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링 모양 안테나가 달린 비대칭 포탑 대신, 내부 용적을 확보하고 방어력을 소폭 개선한 대형 포탑이 새롭게 설계되어 장착되었다. 차체와 엔진은 기존 97식의 것을 그대로 유용하였으나, 포탑 교체로 인한 무게 증가로 기동성은 소폭 저하되었다.

실전에서 97식 중전차 카이는 태평양 전쟁 전역에 걸쳐 운용되었다. 신형 47mm 포의 도입으로 미군의 M3 스튜어트 경전차에 대해서는 충분히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게 되었으며, 근거리에서 측면이나 후면을 노릴 경우 미군의 주력인 M4 셔먼 중전차에게도 제한적인 위협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얇은 장갑과 리벳 접합 방식의 차체 구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방어력 면에서는 매우 취약했다. 루손 전투, 이오지마 전투, 오키나와 전투 등 전쟁 후기 주요 격전지에 투입되었으나 연합군의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는 열세를 면치 못했고, 대부분 매복 공격이나 고정 포대 용도로 소모되었다.

종합적으로 97식 중전차 카이는 일본 제국 육군이 대량으로 운용한 전차 중 그나마 대전차 전투다운 전투가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던 기종으로 평가받는다. 비록 동시대 서구 열강의 중전차들에 비하면 공수주 모든 면에서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구식 전차에 불과했으나, 제한된 공업 생산력과 기술력 내에서 기존 전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연합군 전차에 대항하려 했던 일본군의 시도를 보여주는 무기체계다. 종전 후에는 중국 내전 등에서 국민혁명군과 인민해방군 양측에 의해 포획되어 1940년대 후반까지 운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