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1

1871년은 근대 세계사에서 국가 통합과 제국주의의 확장이 가속화된 전환기적 해였다. 가장 중요한 사건은 1월 18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거울의 방에서 선포된 독일 제국의 수립이다.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 승리한 프로이센 왕국을 중심으로 독일 연방의 여러 국가가 통합되었으며, 빌헬름 1세가 초대 독일 황제로 추대되었다. 이로써 중앙유럽에 강력한 통일 국가가 등장하여 기존의 유럽 세력 균형 체제는 근본적으로 재편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전쟁의 패배와 뒤이은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자치 정부인 파리 코뮌이 수립되었다. 1871년 3월부터 5월까지 지속된 파리 코뮌은 노동자 중심의 민주적 자치를 시도했으나, 프랑스 정규군에 의해 잔혹하게 진압되며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했다. 이후 프랑스는 제3공화국 체제를 정비하며 전후 복구와 국력 재건에 힘을 쏟게 되었다.

이탈리아 역시 1871년에 국가 통일의 대업을 완성했다. 1870년 로마를 점령한 이탈리아 왕국은 1871년 7월 로마를 국가의 공식적인 수도로 확정했다. 이로써 수 세기 동안 지속되었던 교황의 세속적 지배권이 종식되었으며, 이탈리아는 현대적 민족 국가로서의 기틀을 확고히 다졌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통일은 민족주의가 19세기 유럽 정치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서구 열강의 압력이 거세지며 전통적 질서가 흔들렸다. 조선에서는 1871년 미국 함대가 강화도를 침공한 신미양요가 발생했다. 1866년 제너럴 셔먼호 사건을 빌미로 통상을 요구하며 벌어진 이 충돌에서 조선군은 어재연 장군을 중심으로 광성보 등에서 결사 항전했다. 미국은 군사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강력한 쇄국 의지를 확인하고 철수했으며, 흥선대원군은 이를 계기로 전국에 척화비를 세워 통상 수교 거부 정책을 더욱 강화했다.

비슷한 시기 일본과 미국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일본 메이지 정부는 1871년 폐번치현을 단행하여 봉건적 번 체제를 폐지하고 중앙 집권적인 행정 구역을 확립했다. 또한 근대화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이와쿠라 사절단을 서구에 파견했다. 미국에서는 10월 '시카고 대화재'가 발생하여 도시 전체가 초토화되는 참사를 겪었으나, 이는 향후 시카고가 현대적인 고층 빌딩 숲으로 재건되는 계기가 되었다. 과학 분야에서는 찰스 다윈이 인류의 진화를 다룬 저서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을 출간하여 당시 지성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