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맥크로리(Helen Elizabeth McCrory, 1968년 8월 17일 ~ 2021년 4월 16일)는 영국의 배우로, 연극과 영화, 텔레비전을 넘나들며 독보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인물이다. 런던 풀럼에서 외교관인 아버지와 웨일스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린 시절을 나이지리아, 노르웨이,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에서 보냈다. 이러한 다문화적 배경은 그녀가 폭넓은 인간상을 이해하고 연기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으며, 이후 런던의 드라마 센터에서 연기를 수학하며 본격적인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맥크로리의 연기 경력은 연극 무대에서 시작되어 그 뿌리를 내렸다. 1990년 '중요한 것은 진실함'으로 데뷔한 이후, 셰익스피어와 체호프 등 고전 작가들의 작품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바냐 아저씨'의 옐레나 역과 '메데이아'의 타이틀 롤을 통해 평단의 압도적인 찬사를 받았으며, 로런스 올리비에상 후보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리는 등 영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녀는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와 섬세한 감정 조절 능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배우였다.
대중적인 인지도는 영화와 텔레비전 시리즈를 통해 전 세계로 확장되었다. 전 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한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나르시사 말포이 역을 맡아 차갑고 품위 있으면서도 아들을 향한 헌신적인 모성애를 지닌 복합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또한 영국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에서는 쉘비 가문의 정신적 지주인 폴리 그레이 역을 맡아 강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상을 제시하며 작품의 흥행을 이끌었다. 이 외에도 영화 '더 퀸'에서 셰리 블레어 역을 연기하는 등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을 가리지 않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맥크로리는 예술적 성취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감에서도 귀감이 되는 행보를 보였다. 2007년 배우 데미안 루이스와 결혼하여 슬하에 두 자녀를 두었으며, 부부는 다양한 자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영국 의료진을 돕기 위해 'Feed NHS' 캠페인을 주도하여 100만 파운드 이상의 기금을 모으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공로와 예술 발전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아 2017년에는 대영제국 훈장(OBE)을 수여받기도 했다.
2021년 4월 16일, 헬렌 맥크로리는 암 투병 끝에 5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사망 소식은 동료 배우들과 전 세계 팬들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다. 그녀는 투병 중에도 자신의 병세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연기에 대한 열정과 사회적 헌신을 멈추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더 큰 존경을 받았다. 영국 극예술의 상징적인 존재였던 헬렌 맥크로리는 비록 생을 마감했으나, 그녀가 남긴 수많은 명작과 강렬한 연기는 여전히 대중의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