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AKMU)

《항해》(SAILING)는 대한민국의 남매 듀오 AKMU(악뮤)가 2019년 9월 25일에 발매한 세 번째 정규 음반이다. 이 음반은 멤버 이찬혁이 해병대에서 복무하던 시기에 느꼈던 감정과 사유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군 전역 이후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인 작업물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앨범의 전곡은 이찬혁이 작사 및 작곡하였으며, 이전의 발랄하고 재치 있는 감성에서 벗어나 더욱 깊어진 철학적 고찰과 성숙한 음악적 색채를 담아냈다.

앨범의 핵심 테마는 '이별'과 '자유', 그리고 이를 관통하는 '바다'라는 공간적 배경이다. 이찬혁은 군 복무 중 배 위에서 보낸 시간들을 음악적으로 승화시켰으며, 이를 통해 떠나감과 남겨짐에 대한 서사를 구축했다. 기존 AKMU의 음악이 일상적인 소재를 비트는 참신함에 집중했다면, 《항해》는 고독과 상실, 그리고 성장을 다루는 진지한 태도를 견지한다.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반으로 밴드 사운드를 적절히 조화시켜 담백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타이틀곡인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는 발매 직후 국내 주요 음원 차트 1위를 휩쓸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 곡은 헤어짐의 아픔을 담담하면서도 처절하게 그려낸 가사와 이수현의 호소력 짙은 보컬이 어우러져 대중적인 공감을 끌어냈다. 특히 2017년 가을 페어라이프 페어에서 미완성 곡으로 처음 공개되었던 곡이 정식 편곡을 거쳐 앨범의 중심을 잡는 수작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항해》는 단순히 음악 앨범에 머무르지 않고 문학과의 결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앨범 발매와 동시에 이찬혁의 첫 소설인 《물 만난 물고기》가 출간되었는데, 이는 앨범의 수록곡들과 세계관을 공유하며 감상의 폭을 넓히는 역할을 했다. 수록곡 〈뱃노래〉, 〈물 만난 물고기〉, 〈FREEDOM〉 등은 소설 속 문장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듣는 이로 하여금 하나의 완결된 서사를 경험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항해》는 AKMU가 '악동뮤지션'이라는 이름을 넘어 진정한 아티스트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평단은 이 앨범에 대해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잡은 명반이라는 찬사를 보냈으며, 제17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팝 노래 부문을 수상하는 등 음악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청춘의 방황과 성숙을 바다라는 거대한 소재로 풀어낸 이 음반은 AKMU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