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네바강변 토끼 섬에 위치한 요새로, 도시의 역사적 중심지이자 발상지이다. 1703년 5월 27일, 대북방 전쟁 중에 스웨덴의 공격으로부터 새로 건설 중인 수도를 방어하기 위해 표트르 대제의 명령으로 축조되었다. 이 요새가 세워진 날은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공식적인 도시 창건 기념일로 기려지고 있다. 초기에는 흙과 나무로 급하게 지어졌으나, 1706년부터 1740년에 걸쳐 도메니코 트레치니의 설계에 따라 견고한 석조 요새로 재건되었다.
요새 내부의 가장 핵심적인 건축물은 페트로파블롭스크 성당이다.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이 성당은 높이 122.5미터에 달하는 가늘고 긴 황금빛 첨탑으로 유명하며, 오랫동안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군림했다. 성당 내부에는 표트르 대제부터 니콜라이 2세에 이르기까지, 파벨 1세를 제외한 로마노프 왕조의 역대 황제들과 그 가족들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어 제정 러시아의 상징적인 묘역 역할을 수행한다.
군사적 목적으로 건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요새는 실제로 외적의 침입을 직접 방어하는 전투에 투입된 적은 없다. 대신 18세기 초부터 20세기 초까지 정치범 수용소로 악명을 떨쳤다. 표트르 대제의 아들인 알렉세이 황태자를 시작으로 도스토옙스키, 고리키, 바쿠닌, 트로츠키 등 수많은 사상가와 혁명가들이 이곳의 트루베츠코이 보루에 투옥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이 요새는 '러시아의 바스티유'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요새의 기능은 급격히 변화하였다. 볼셰비키 세력이 요새를 장악하며 임시 정부를 압박하는 거점으로 활용되었으며, 이후 1924년에는 박물관으로 개편되어 일반에 공개되었다. 요새 내의 감옥과 성당, 그리고 각종 관공서 건물들은 제정 시대의 통치 구조와 수감 생활을 보여주는 전시 공간으로 전환되었다. 오늘날 이곳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역사 박물관의 중심 본부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이자 문화유산이다. 매일 정오가 되면 요새의 나리시킨 보루에서 예포를 발사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도시의 시간을 알리는 상징적인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요새의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네바강의 전경과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비롯한 도시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많은 방문객이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