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바르비롤리(Sir John Barbirolli, 1899~1970)는 영국의 지휘자이자 첼로 연주자로, 20세기 클래식 음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인물이다. 이탈리아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유럽의 음악적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영국 음악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특히 맨체스터의 할레 오케스트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업적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따뜻하고 정열적인 지휘 스타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바르비롤리는 런던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첼로에 두각을 나타냈으며, 트리니티 음악 대학과 왕립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연주자로 활동하던 그는 점차 지휘로 영역을 넓혔고, 1936년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의 후임으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발탁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당시 거장 토스카니니의 그늘 아래에서 젊은 나이에 뉴욕 필을 이끄는 것은 큰 도전이었으나, 그는 자신만의 서정적이고 섬세한 해석을 바탕으로 악단을 유지하며 지휘자로서의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1943년 영국으로 돌아온 바르비롤리는 전시 상황으로 인해 해체 위기에 처해 있던 할레 오케스트라의 재건을 맡았다. 그는 단원들을 직접 선발하고 훈련시키며 악단의 수준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이후 약 27년간 할레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며 이 단체를 그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로 만들었다. 이 시기에 그는 영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펼쳤으며, 할레 오케스트라는 그의 헌신적인 지도 아래 영국을 대표하는 명문 교향악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바르비롤리의 음악적 해석은 낭만주의적 열정과 정교한 현악 앙상블에 기초한다. 그는 특히 구스타프 말러와 장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해석에서 탁월한 성취를 보였으며, 에드워드 엘가와 본 윌리엄스 같은 영국 작곡가들의 작품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그의 지휘는 대담하면서도 서정적인 선율미를 강조하는 특징이 있으며, 연주자들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여 감성적인 울림이 큰 연주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생애 후반기에 그는 휴스턴 교향악단의 음악 감독을 역임하고 베를린 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의 악단을 객원 지휘하며 거장의 면모를 과시했다. 1949년 기사 작위(Knighthood)를 받았으며, 수많은 음반을 통해 오늘날까지도 많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1970년 런던에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리허설에 매진했던 그는,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헌신을 몸소 실천한 예술가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