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궐은 대한민국의 소설가로, 주로 역사 로맨스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이다. 본명과 얼굴 등 구체적인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신비주의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은궐'이라는 필명은 '숨어 있는 달'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소설 연재를 시작으로 활동을 개시했으며, 치밀한 역사적 고증과 로맨스적 감수성을 결합한 서사 구조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작가의 대표작으로는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그 후속작인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이 꼽힌다. 조선 시대 성균관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남장 여자인 김윤희와 그녀를 둘러싼 유생들의 우정과 사랑을 감각적으로 그려내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2010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로 제작되어 이른바 '성균관 열풍'을 일으켰고, 한국형 팩션 소설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어 발표한 《해를 품은 달》은 정은궐을 명실상부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린 작품이다. 조선 시대를 가상의 배경으로 설정한 판타지 로맨스 소설로, 왕 이훤과 무녀 월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었다. 2012년 동명의 드라마로 방영되었을 당시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국민적 인기를 누렸고, 원작 소설 역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출판계와 방송계 모두에서 전무후무한 성과를 거두었다.
2016년 출간된 《홍천기》는 조선 시대의 유일한 여화공 홍천기를 주인공으로 하여, 시력을 잃었으나 하늘을 읽는 관상감 하람과의 로맨틱한 서사를 풀어냈다. 이 작품 또한 2021년 드라마화되어 작가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하였다. 이후 2022년에는 장편 소설 《영원한 천상나무》를 발표하며 꾸준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은궐의 작품들은 철저한 사료 수집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작가 특유의 상상력을 덧입혀 역사라는 딱딱한 틀 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평을 받는다.
정은궐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독특한 행보를 보인다. 이는 작품 자체로만 독자와 소통하겠다는 작가의 신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의 소설들은 로맨스라는 장르적 틀 안에 유교적 가치관, 역사적 실존 인물과 허구적 사건의 조화를 담아내어 한국 로맨스 소설의 지평을 넓혔다는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