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도 갈레아노(Eduardo Galeano, 1940~2015)는 우루과이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사상가로 라틴아메리카의 목소리를 대변한 인물이다. 몬테비데오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시절부터 신문에 정치 만평을 기고하고 저널리즘에 투신하며 사회적 문제에 눈을 떴다. 역사, 정치, 문학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문체를 통해 대륙의 아픔과 희망을 기록했으며, 지배 계급의 서술에 가려진 억압받는 이들의 역사를 복원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1960년대 초반부터 저널리즘 활동을 본격화한 갈레아노는 주간지 '마르차(Marcha)'와 일간지 '에포카(Época)'의 편집장을 역임하며 날카로운 사회 비판적 시각을 형성했다. 1973년 우루과이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하자 투옥된 후 아르헨티나로 망명했으나, 그곳에서도 군부 독재의 위협이 계속되자 스페인으로 거처를 옮겨 오랜 망명 생활을 했다. 이러한 탄압의 경험은 그가 권력의 폭력성과 민중의 저항이라는 주제에 더욱 천착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가장 대표적인 저작인 '라틴아메리카의 갈라진 혈관(Las venas abiertas de América Latina)'은 1971년에 출간되어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은 5세기에 걸친 유럽 열강과 미국의 자본이 어떻게 라틴아메리카의 자원을 수탈하고 민중을 빈곤으로 몰아넣었는지를 경제사적 관점에서 통렬하게 파헤쳤다. 출간 당시 여러 독재 국가에서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으나, 2009년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 책을 선물하며 다시금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1980년대에 발표한 '불의 기억(Memoria del fuego)' 3부작은 갈레아노 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시와 소설, 역사의 경계를 허무는 이 방대한 연대기는 아메리카 대륙의 탄생부터 현대까지를 수많은 짧은 일화들로 엮어냈다. 그는 공식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원주민, 흑인 노예, 여성, 가난한 노동자들의 시선으로 역사를 재구성함으로써 승자의 기록이 아닌 패자들의 살아있는 기억을 되살리고자 했다.
갈레아노는 말년까지 축구, 환경, 세계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이름 없는 이들(los nadies)'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동시에 인간성에 대한 낙관을 잃지 않았다. 2015년 암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는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산문을 통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으며, 그의 사상은 오늘날까지도 사회 정의와 인권을 추구하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