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세이 야구딘(Alexei Yagudin)은 러시아의 전설적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1980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그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며,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4차례, 유럽 선수권 대회에서 3차례 우승을 차지한 당대 최고의 스케이터 중 한 명이다. 야구딘은 강력한 기술력과 깊이 있는 예술성을 동시에 갖추어 현대 남자 피겨 스케이팅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경력에서 전환점이 된 사건은 코치 교체였다. 초기에는 알렉세이 미신 코치의 지도 아래 예브게니 플루셴코와 함께 훈련하며 두각을 나타냈으나, 1998년 타티아나 타라소바 코치에게로 적을 옮기며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타라소바와의 협업을 통해 야구딘은 기술적인 완성도뿐만 아니라 드라마틱한 안무와 표현력을 극대화했고, 이는 동시대의 라이벌이었던 플루셴코와의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그를 차별화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야구딘의 전성기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에서 정점에 달했다. 당시 그는 쇼트 프로그램 '윈터(Winter)'와 프리 스케이팅 '철가면(The Man in the Iron Mask)'을 통해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선보였다. 특히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프리 스케이팅 심사위원 9명 중 4명으로부터 프레젠테이션 부문 만점인 6.0점을 받는 대기록을 세우며 압도적인 점수 차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때 선보인 화려한 스텝 시퀀스와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는 여전히 피겨 스케이팅의 고전적인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기술적으로 야구딘은 특히 역동적이고 복잡한 스텝 시퀀스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의 스텝은 얼음 위에서의 빠른 속도와 정교한 에지 사용, 그리고 전신을 활용한 표현력이 결합되어 관중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또한 그는 큰 경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력을 소유한 선수로도 유명했다. 그러나 고질적인 고관절 부상이 악화되면서 2002-2003 시즌을 마지막으로 비교적 이른 나이에 아마추어 무대에서 은퇴를 선언하게 되었다.
은퇴 후 야구딘은 아이스 쇼와 프로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갔으며, 러시아 내에서 방송 진행자 및 피겨 스케이팅 해설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17년에는 피겨 스케이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세계 피겨 스케이팅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그는 단순한 운동선수를 넘어 빙판 위의 예술가로서 피겨 스케이팅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상징적인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