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2002년은 21세기의 두 번째 해이자, 세계 경제와 정치, 스포츠 분야에서 굵직한 사건들이 다수 발생한 해이다. 가장 대표적인 세계적 변화 중 하나는 유럽 연합(EU)의 단일 통화인 유로(Euro) 화폐가 공식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1월 1일을 기점으로 유로존에 속한 12개 국가에서 기존의 자국 통화를 대체하여 유로화 지폐와 동전이 유통되었으며, 이는 유럽 경제 통합의 역사적인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대한민국 역사상 2002년은 스포츠를 통해 국민적 단합을 이룬 기념비적인 해로 기억된다. 5월 31일부터 6월 30일까지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최한 '2002 FIFA 한일 월드컵'이 열렸다. 이 대회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사상 최초로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신화를 창조했으며, 전국 곳곳에서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붉은 옷을 입고 거리 응원에 나서는 '붉은 악마' 신드롬을 일으켰다. 또한 같은 해 가을에는 부산광역시에서 제14회 아시안 게임이 개최되어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참가하는 등 남북 체육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러나 화려한 스포츠 행사의 이면에는 가슴 아픈 비극과 안보적 긴장도 존재했다. 월드컵 3·4위전이 열리던 6월 29일,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의 기습 공격으로 제2연평해전이 발발하여 대한민국 해군 장병 6명이 전사했다. 앞서 6월 13일에는 경기도 양주시에서 중학생이던 신효순과 심미선이 주한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가해 미군에 대한 무죄 평결 이후 연말에 거대한 촛불 집회로 이어지며 한미 주둔군 지위 협정(SOFA) 개정 요구와 반미 감정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러한 격동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12월 19일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고,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었다.

국제 사회에서도 영토와 평화, 테러와 관련된 중요한 사건들이 잇따랐다. 5월 20일에는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로부터 공식적으로 독립하여 21세기에 탄생한 첫 번째 신생 독립국이 되었다. 반면 10월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클럽에서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에 의한 폭탄 테러가 발생해 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지며 전 세계에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한편, 7월 1일에는 집단학살, 반인도적 범죄, 전쟁 범죄 등을 처벌하기 위한 상설 국제 재판소인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공식 출범하였다.

보건 분야에서는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새로운 질병이 출현했다.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의 첫 환자가 발생했다. 초기에 발병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서 이듬해인 2003년까지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내며 세계 보건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처럼 2002년은 새로운 경제 체제의 출범과 월드컵의 환희, 그리고 정치·사회적 격변과 신종 전염병의 등장이 교차하며 현대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해로 기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