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 갈라파고스(Sharp GALAPAGOS)는 일본의 가전 기업 샤프(Sharp)가 2010년 12월에 출시한 전자책 단말기 및 해당 단말기를 중심으로 한 클라우드 미디어 서비스의 브랜드 명칭이다. 당시 아마존의 킨들과 애플의 아이패드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자, 이에 대항하여 일본 내 독자적인 전자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샤프는 하드웨어 판매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 전송 서비스와 연계한 통합 플랫폼 모델을 지향했다.
초기 출시된 하드웨어는 5.5인치 LCD를 탑재한 모바일 모델과 10.8인치 LCD를 탑재한 홈 모델 두 종류였다. 운영체제로는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전용 시스템을 사용했으며, 일본의 출판 관행인 세로쓰기와 한자 읽는 법을 표기하는 루비 기능을 완벽하게 지원하는 XMDF 형식을 표준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마켓(현재의 구글 플레이)을 이용할 수 없는 폐쇄적인 구조였으며, 범용 태블릿 PC에 비해 활용도가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브랜드명인 '갈라파고스'는 고립된 환경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한 생태계처럼, 일본 시장의 특성에 맞게 최적화된 발전을 이루겠다는 의도로 붙여졌다. 하지만 당시 일본 IT 업계에서는 세계 표준과 동떨어진 채 일본 시장에만 매몰되는 현상을 뜻하는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부정적으로 통용되고 있었다. 샤프는 이를 역설적으로 활용하여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려 했으나, 대중과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품의 고립성을 자인하는 명칭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실제 시장에서의 성과는 매우 저조했다. 출시 당시 약속했던 콘텐츠 확충이 지연되었고, 콘텐츠 구매 프로세스가 복잡하여 사용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또한 아이패드와 같은 경쟁 기기들이 빠르게 시장을 점유하면서 전용 단말기 시장 자체가 위축되었다. 결국 샤프는 하드웨어 판매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출시 1년도 되지 않은 2011년 9월에 전용 단말기 생산 및 판매 중단을 발표하며 하드웨어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이후 갈라파고스 서비스는 범용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구동되는 앱 기반의 전자책 스토어로 전환되었으며, 서비스 명칭 또한 '코코로 북스(COCORO BOOKS)'로 변경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샤프 갈라파고스의 실패는 독자 규격과 폐쇄적인 생태계 전략이 글로벌 표준과 개방성이 중시되는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