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페오크티스토비치 사포노프(Boris Feoktistovich Safonov)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북극권 전선에서 활약한 소련 해군 항공대의 전설적인 전투기 조종사이자 에이스이다. 1915년 툴라 주에서 태어난 그는 비행 학교를 졸업한 후 1930년대 후반부터 군 복무를 시작했다. 독소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그는 북방함대 소속 제72혼성항공연대 소속이었으며, 무르만스크를 포함한 북부 전략 요충지를 방어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독일군을 상대로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사포노프는 전쟁 초기 소련의 주력 전투기였으나 성능 면에서 열세였던 폴리카르포프 I-16을 몰고 압도적인 성능의 독일 공군 기체들과 맞서 싸웠다. 그는 기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비행 기술과 과감한 공격 전술을 구사하여 적기를 잇달아 격추했다. 특히 그는 개인의 영광보다 동료들과의 협동 전술을 중시했으며, 전쟁 초기 불과 수개월 만에 수십 대의 적기를 파괴하며 북방함대 최고의 조종사로 명성을 떨쳤다.
1941년 가을, 연합군의 랜드리스(무기대여법)를 통해 영국제 호커 허리케인 전투기가 보급되자 사포노프는 이를 가장 먼저 운용한 조종사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는 생소한 외산 기체에도 빠르게 적응하여 전과를 이어갔으며, 이후 미국제 커티스 P-40 키티호크로 기종을 변경한 뒤에도 탁월한 전투 능력을 보여주었다. 공적을 인정받은 그는 1941년 9월 16일 첫 번째 '소련 영웅' 칭호를 수여받았고, 제2근위혼성항공연대의 지휘관으로 임명되어 부대원들을 이끌었다.
사포노프의 마지막 임무는 1942년 5월 30일에 이루어졌다. 당시 그는 연합군 수송 선단인 PQ-16을 호위하기 위해 출격하여 독일군의 융커스 Ju 88 폭격기 무리와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적기 세 대를 격추하며 분전했으나, 교전 중 기체 결함 혹은 적의 반격으로 인해 그의 전투기는 바렌츠해로 추락했다. 수색 작업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신과 기체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으며, 당시 그의 나이는 27세였다.
그는 전사 직후인 1942년 6월 14일, 독소전쟁 기간 중 최초로 두 번째 '소련 영웅' 칭호를 추서받은 인물이 되었다. 보리스 사포노프는 공식적으로 20기 이상의 적기를 단독 격추하고 다수의 공동 격추 기록을 보유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의 용맹함과 리더십은 북방함대 항공대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으며, 오늘날에도 러시아 해군 항공대를 상징하는 가장 위대한 영웅 중 한 명으로 추앙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