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대여법(Lend-Lease Act)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연합군 측 국가들에게 군수 물자와 장비 등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한 법률이다. 정식 명칭은 '미국의 방위를 촉진하기 위한 법률(An Act to Promote the Defense of the United States)'이며, 1941년 3월 11일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되었다. 이 법은 미국이 중립국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주의의 확장을 저지하고 민주주의 국가들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전쟁 초기 미국은 고립주의 노선을 견지하며 '현금 결제 및 직접 운송(Cash and Carry)' 원칙을 고수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영국이 극심한 재정난에 처하고 물자 부족으로 굴복할 위기에 놓이자, 미국은 자국의 안보를 위해 지원 방식을 변경해야 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웃집에 불이 났을 때 정원용 호스를 빌려주는 비유를 들어 의회와 국민을 설득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대금을 즉시 받지 않고도 물자를 대여하거나 임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무기대여법을 통해 지원된 물자는 총 500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규모였으며, 이는 오늘날 가치로 환산하면 수천억 달러에 달한다. 주요 수혜국은 영국이었으나, 1941년 독소전쟁 발발 이후 소련에도 대규모 지원이 이루어졌다. 또한 자유 프랑스, 중국, 그리고 기타 연합국들이 포함되었다. 지원 품목은 전투기, 전차, 군함과 같은 직접적인 무기체계뿐만 아니라 식량, 의류, 유류, 산업 설비 등 전쟁 수행에 필요한 전반적인 자원을 포괄했다.
이 법은 미국을 명실상부한 '민주주의의 병기창(Arsenal of Democracy)'으로 탈바꿈시켰으며, 전쟁의 흐름을 연합군 측으로 기울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소련에 지원된 트럭과 식량은 동부 전선의 물류 문제를 해결하고 반격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영국 역시 무기대여법 덕분에 독일의 파상공세를 버텨내며 항전 의지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는 미국이 직접 참전하기 전부터 연합군의 승리를 뒷받침하는 경제적, 군사적 토대가 되었다.
전쟁이 종료된 후 무기대여법에 따른 지원은 1945년 9월 공식적으로 중단되었다. 사용 후 남은 물자는 반환하거나 장기 저리로 매각하는 절차를 거쳤는데, 이는 전후 국제 경제 질서와 냉전 체제의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이 법은 미국이 국제 무대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외교적 도구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