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츠 모슈코프스키(Moritz Moszkowski, 1854~1925)는 독일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지휘자, 교육자로 활동하며 19세기 후반 유럽 음악계에서 큰 명성을 떨친 인물이다. 브레스라우(현재 폴란드 브로츠와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드레스덴 음악원과 베를린의 슈테른 음악원에서 수학하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나타냈다. 19세의 젊은 나이에 베를린 쿨라크 음악원의 교수로 부임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1873년 베를린에서의 피아노 독주회를 시작으로 유럽 전역을 돌며 연주가로서의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모슈코프스키의 음악적 양식은 화려한 기교와 우아한 선율미가 결합된 것이 특징이다. 그는 낭만주의 시대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청중의 귀를 사로잡는 세련된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당대에는 리스트나 쇼팽의 뒤를 잇는 거장으로 평가받았으며, 특히 그의 피아노 곡들은 뛰어난 기교적 완성도와 함께 대중적인 친화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의 작품은 흔히 ‘살롱 음악’의 범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그 내면에는 견고한 구성과 깊이 있는 화성적 처리가 뒷받침되어 있어 단순한 오락성을 넘어선 예술적 가치를 지닌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스페인 무곡(Spanische Tänze, Op. 12)》은 그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안겨주었으며, 이국적인 리듬과 색채감 있는 선율로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기교 연마를 위한 《15개의 연습곡(15 Études de Virtuosité, Op. 72)》은 오늘날까지도 피아노 전공자들에게 필수적인 교육용 교재이자 연주곡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대규모 작품으로는 피아노 협주곡 E장조(Op. 59)가 유명하며, 이 곡은 서정적인 선율과 화려한 피아노 서술이 조화를 이루는 명작으로 손꼽힌다.
1897년 파리로 이주한 모슈코프스키는 작곡과 교육 활동에 전념하며 조셉 호프만, 반다 란도프스카 등 수많은 제자를 양성했다. 그는 한때 당대 가장 부유한 음악가 중 한 명이었으나, 말년에는 건강 악화와 더불어 제1차 세계 대전으로 인한 투자 실패 등으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곤궁에 처했다. 1925년 파리에서 위암으로 생을 마감할 당시 그는 매우 빈곤한 상태였으나, 그의 사후 그의 음악적 업적에 대한 재평가가 꾸준히 이루어졌다.
모슈코프스키의 작품은 20세기 초반 현대음악의 대두와 함께 잠시 소외되기도 했으나, 20세기 후반부터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와 같은 거장들이 그의 곡을 즐겨 연주하면서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고전적인 형식미와 낭만주의적 정서를 결합하여 피아노라는 악기가 가진 물리적 한계와 매력을 극대화한 작곡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음악은 오늘날에도 독주회의 앙코르 곡이나 연주자의 기교를 과시하기 위한 주요 레퍼토리로 활발하게 연주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