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1925년은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국제 질서가 재편되던 시기로, 유럽에서는 로카르노 조약이 체결되어 국가 간의 긴장 완화가 도모되었다. 이 조약은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의 국경을 확정하고 상호 불가침을 약속함으로써 '로카르노 체제'라 불리는 일시적인 평화 유지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한편, 미국은 경제적 풍요와 대중문화의 급격한 발전을 경험하며 이른바 '광란의 20년대'의 정점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일제강점기하의 한반도에서는 사회주의 사상의 확산과 이에 따른 독립운동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1925년 4월 서울에서는 조선공산당이 비밀리에 결성되었으며, 이는 항일 투쟁의 양상이 계급 투쟁과 결합하여 다각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일제는 사유 재산 제도와 천황제를 부정하는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치안유지법'을 시행하였고, 이를 통해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감시와 검거를 더욱 강화하였다.

사회적·자연적 측면에서 1925년은 한국 역사상 미증유의 자연재해인 '을축년 대홍수'가 발생한 해로 기록되어 있다. 여름철 네 차례에 걸쳐 한반도를 강타한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해 한강, 낙동강, 금강 등이 범람하였으며, 특히 한강 유역의 피해가 막대하여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냈다. 이 홍수로 인해 한강 변의 지형이 변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풍납토성과 암사동 선사 유적지 등 중요 유적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문화 및 학술 분야에서도 역사적인 사건들이 잇따랐다. 문학계에서는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가 출간되어 당대 사회의 허무와 이상을 조명했다. 과학계에서는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행렬 역학을 발표하며 양자 역학의 학문적 기초를 확립하는 데 기여하였다. 또한, 독일에서는 아돌프 히틀러가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인종주의적 사상을 담은 저서 '나의 투쟁' 제1권을 출간하였다.

인프라와 정치 지형의 변화 면에서는 경성(서울)의 관문이었던 경성역(현 서울역) 역사가 9월에 준공되어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신해혁명을 이끌며 중화민국의 기틀을 닦았던 쑨원이 3월에 사망하여 동아시아 정세에 큰 변화를 예고했다. 이처럼 1925년은 전 세계적으로 근대적 제도의 정착과 이데올로기의 갈등, 그리고 대규모 자연재해로 인한 수난이 교차했던 격동의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