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사루카 슈베이게린은 라이트(Light)사의 비주얼 노벨 《디에스 이레(Dies irae)》 세계관에 등장하는 핵심 인물로, 성창13기사단(흑원탁)의 제8위(VIII)에 해당하는 기사다. 칭호는 '마녀(Malleus Maleficarum)'이며 본명은 안나 슈베이게린이다. 겉모습은 금발 트윈테일을 하고 개조된 군복을 입은 앳된 소녀의 외형을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제2차 세계 대전 이전부터 살아온 노파로 백 년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왔다. 기사단 내에서는 주로 정보 수집, 배후 공작, 그리고 타인의 정신을 조작하거나 고문하는 등의 음습한 임무를 담당하며 전형적인 마녀의 잔혹성과 교활함을 지닌 캐릭터로 묘사된다.
그녀의 성격은 약자에게는 한없이 잔혹하고 오만하지만,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자 앞에서는 비굴해지는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태도를 보인다. 타인을 짓밟고 절망에 빠뜨리는 것을 즐기는 가학적인 취미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는 죽음과 노화에 대한 극도의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그녀가 어린 소녀의 외형을 유지하는 이유 역시 타인의 생명력과 피를 흡수하여 자신의 젊음과 수명을 강제로 연장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생존에 대한 병적인 집착은 그녀가 기사단에 합류하여 초인적인 힘을 갈구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루사루카가 다루는 성유물은 과거 마녀사냥 시절의 고문 도구와 아넨에르베에서 수집한 마도서의 개념이 결합된 형태를 띤다. 전투 시에는 그림자를 조종하여 적의 움직임을 포박하거나, 그림자 속에서 단두대, 가시 덩굴 등 각종 고문 기구를 소환해 상대를 유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육탄전이나 정면 승부에는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전투보다는 함정을 파고 상대의 발을 묶는 변칙적인 전술을 선호한다. 특히 타인의 그림자를 밟아 물리적인 움직임 자체를 완벽히 봉쇄하는 기술은 그녀의 주력기 중 하나로, 이를 통해 희생자를 무력화시킨 후 천천히 생명력을 갉아먹는다.
그녀의 창조(Briah) 위계는 '체이테 헝가리아 나흐체러(피에 굶주린 백작부인)'이다. 이는 역사적 인물인 에르제베트 바토리의 잔혹한 전승을 구현한 결계형 창조로, 발동 시 주변의 공간을 거대한 고문실이나 거대한 아이언 메이든의 내부처럼 변형시킨다. 이 결계 안에 갇힌 대상은 무수한 고문 기구에 의해 강제로 피와 생명력을 착취당하며, 이렇게 흡수된 막대한 생명력은 전부 루사루카에게 공급되어 그녀를 일시적인 불사신에 가까운 상태로 만든다. 하지만 흡수하고 변환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압도적인 파괴력을 지닌 공격을 받거나, 그림자를 통한 구속이 통하지 않는 강자를 상대로는 창조의 공간 자체가 무력화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기사단 내에서의 인간관계는 타인을 도구로만 보는 성향 탓에 대체로 원만하지 않은 편이며, 특히 제4위인 빌헬름 에렌부르그와는 앙숙에 가깝다. 빌헬름의 압도적인 폭력성과 거침없는 성격 앞에서 루사루카는 늘 수세에 몰리며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혐오한다. 작중 전개되는 각 루트에 따라 그녀의 행보와 최후는 조금씩 달라지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쳐놓은 교활한 계략이 무너지고 진정한 강자나 각성한 주인공과 직면했을 때 평소의 여유를 잃고 비참하게 무너진다. 이는 내재되어 있던 죽음에 대한 공포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타인을 짓밟으며 연명해 온 마녀의 필연적인 한계와 말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