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 볼(Rose Bowl)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서 매년 열리는 대학 미식축구 볼 게임(Bowl Game)이다. 통상적으로 매년 1월 1일 새해 첫날에 개최되며, 1월 1일이 일요일일 경우 다음 날인 1월 2일에 경기가 열리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1902년에 처음 개최되어 미국 대학 미식축구 볼 게임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며, 이로 인해 '모든 볼 게임의 할아버지(The Granddaddy of Them All)'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미국 전역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대학 미식축구 경기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경기는 패서디나 지역의 새해맞이 축제인 '토너먼트 오브 로지스(Tournament of Roses)'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1890년부터 시작된 장미 축제인 로즈 퍼레이드(Rose Parade)의 행사 비용을 충당하고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1902년 미시간 대학교와 스탠퍼드 대학교의 첫 미식축구 경기를 개최한 것이 로즈 볼의 시초다. 첫 경기에서는 미시간 대학교가 압승을 거두었고, 이후 한동안 미식축구 대신 전차 경주나 타조 경주 등 다른 행사가 열리다가 1916년부터 다시 미식축구 경기가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되기 시작했다.
로즈 볼은 전통적으로 미국 대학 스포츠의 주요 콘퍼런스인 팩-트웰브(Pac-12)의 우승팀과 빅 텐(Big Ten)의 우승팀이 맞붙는 무대였다. 이러한 대진 방식은 1946년 두 콘퍼런스 간의 독점적 협정이 체결되면서 확립되었고, 로즈 볼만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대학 미식축구의 챔피언 결정 방식이 보울 챔피언십 시리즈(BCS)를 거쳐 칼리지 풋볼 플레이오프(CFP) 체제로 변화함에 따라, 로즈 볼 역시 플레이오프 시스템의 일부로 통합되었다. 현재는 주기적으로 CFP 준결승전 경기장으로 사용되며, 준결승전이 열리는 해에는 전통적인 콘퍼런스 우승팀 대신 전국 랭킹 상위 팀들이 배정되어 경기를 치른다.
경기가 열리는 로즈 볼 스타디움(Rose Bowl Stadium) 자체도 스포츠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건축물이다. 1922년에 완공된 이 경기장은 수용 인원이 9만 명을 넘는 대형 구장으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미국 국가단위 사적지(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은 대학 미식축구뿐만 아니라 1994년 FIFA 남성 월드컵 결승전, 1999년 FIFA 여자 월드컵 결승전, 1984년 로스앤젤레스 하계 올림픽 축구 결승전 등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다수 개최했다. 또한 미국 프로 미식축구리그(NFL)의 결승전인 슈퍼볼도 여러 차례 개최한 구장으로 유명하다.
로즈 볼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 미국의 중요한 새해 전통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경기 당일 오전에는 생화로 화려하게 장식된 대형 수레들이 마칭 밴드, 기마대와 함께 패서디나 시내를 행진하는 로즈 퍼레이드가 열리며, 이 행사가 끝난 후 오후에 로즈 볼 미식축구 경기가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다. 퍼레이드와 경기 모두 전국 주요 방송망을 통해 생중계되며, 매년 수천만 명의 미국인들이 텔레비전 앞에서 이를 시청하며 새해를 기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