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라 도라 도라'는 1970년에 개봉한 미국과 일본의 합작 전쟁 영화로, 제2차 세계 대전의 도화선이 된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을 소재로 한다. 리처드 플라이셔가 미국 측 연출을 맡았으며, 마스다 도시오와 후카사쿠 긴지가 일본 측 연출을 담당하였다. 본래 일본 측 감독으로 세계적인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가 기획 단계에 참여했으나, 제작사와의 갈등 및 연출 방식의 차이로 인해 중도 하차하고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영화의 제목인 '도라 도라 도라'는 진주만 기습 공격 당시 일본군 공격대가 기습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무선 암호에서 유래하였다. 일본어로 '도(ト)'는 돌격(突撃)을 의미하는 암호였으며, 이를 세 번 반복한 '도라 도라 도라'는 기습이 완벽하게 이루어졌음을 본대에 전달하는 신호였다. 영화는 진주만 공격이 일어나기까지의 긴박한 외교적 대립과 군사적 준비 과정을 미국과 일본 양측의 시점에서 교차하며 상세히 서술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시각에 치우치지 않고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다루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당시 할리우드 전쟁 영화들이 흔히 보여주던 선악의 구도나 영웅주의적 서사 대신, 양국 지휘부의 오판, 정보 전달의 실패, 그리고 비극적인 우연이 겹쳐 사건이 발생하는 과정을 냉철하게 기록했다. 이러한 고증 중심의 연출 방식은 역사학자들과 밀리터리 전문가들로부터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치밀함을 갖췄다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당대 최고 수준의 성취를 보여주었다. 컴퓨터 그래픽(CGI) 기술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실제 기체들을 정교하게 개조하여 일본군의 제로센 전투기와 구구식 함상폭격기 등을 재현해냈다. 또한 실물 크기의 전함 세트와 정교한 미니어처를 활용하여 폭격 장면을 실감 나게 연출하였으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4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각효과상을 수상하였다.
개봉 초기 미국 내에서는 자국의 치욕적인 패배를 다루었다는 점 때문에 흥행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으나, 일본에서는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전쟁 영화의 고전으로서 전 세계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졌다. 2001년에 개봉한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진주만'이 로맨스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받을 때, '도라 도라 도라'는 진주만 공습을 가장 사실적으로 그려낸 걸작으로 다시금 주목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