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085편 납치 오인 사건은 2001년 9월 11일, 미국 본토에서 9.11 테러가 발생한 직후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가 납치된 것으로 오인받아 전투기가 출격하고 비상 착륙한 사건이다. 당시 보잉 747-400 기종이었던 이 항공기는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여 앵커리지를 거쳐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미국 전역에 항공기 금지령이 내려진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테러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이 빚어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사건의 발단은 항공기와 지상 관제소 간의 의사소통 오류였다. 9.11 테러 소식을 접한 대한항공 085편 기장은 본사 및 관제소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납치 발생 시 사용하는 트랜스폰더 코드인 '7500'을 포함하여 송신했다. 관제소는 이를 실제 납치 상황으로 인식하고 기장에게 확인을 요청했으나, 기장이 트랜스폰더를 실제로 7500으로 설정하면서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에 비상 경보가 발령되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미국과 캐나다 군 당국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미 공군의 F-15 전투기와 캐나다 공군의 CF-18 전투기가 긴급 출격하여 대한항공 085편을 요격 및 호위하기 시작했다. 당시 캐나다 총리였던 장 크레티앵은 해당 항공기가 위협적인 행동을 보일 경우 격추해도 좋다는 승인을 내렸으며, 이는 민간 항공기를 대상으로 한 극단적인 군사 조치가 실행되기 직전의 긴박한 상황이었음을 보여준다.
결국 대한항공 085편은 알래스카 앵커리지가 아닌 캐나다 유콘 준주의 화이트호스 공항으로 유도되어 비상 착륙했다. 항공기가 착륙하기 전 화이트호스 시내의 주요 공공기관과 학교에는 대피령이 내려졌으며, 착륙 직후에는 캐나다 왕립 기마경찰(RCMP)에 의해 삼엄한 경계 속에서 기내 수색이 진행되었다. 조사 결과 기내에는 테러범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모든 상황은 통신상의 오해와 조종사의 실수에서 비롯된 허위 경보였음이 판명되었다.
이 사건은 전 세계가 테러의 공포에 휩싸여 있던 시기에 언어 장벽과 소통의 부재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비록 인명 피해 없이 마무리되었으나, 무고한 승객들이 격추 위협 속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던 비극적인 해프닝으로 기록되었다. 이후 항공 보안 및 통신 절차에 대한 재점검이 이루어졌으며, 위기 상황에서의 명확한 의사소통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