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386년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양 양쪽에서 중대한 정치적 변화와 영토 재편이 일어난 해이다.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 일대에서는 코린토스 전쟁이 종결되며 새로운 외교적 질서가 수립되었고, 고대 중국의 전국시대에서는 주요 제후국들의 권력 교체와 천도가 이루어지며 각국의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고대 그리스와 아케메네스 왕조 페르시아 사이에서는 '안탈키다스 평화 조약(Peace of Antalcidas)' 또는 '대왕의 평화(King's Peace)'라 불리는 협정이 체결되어 본격적으로 발효되었다. 이 조약으로 인해 스파르타와 아테네, 테베, 코린토스 등이 격돌했던 코린토스 전쟁이 끝을 맺었다. 페르시아의 왕 아르타크세르크세스 2세의 주도로 맺어진 이 조약에 따라, 소아시아(이오니아)의 그리스 도시국가들과 키프로스는 페르시아의 영토로 편입되었다. 대신 그리스 본토의 도시국가들은 스파르타를 평화의 수호자로 삼아 각각 독립적인 자치권을 보장받게 되었으나, 결과적으로 이는 페르시아가 그리스의 내정에 깊이 개입하고 스파르타의 패권을 일시적으로 강화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고대 중국의 전국시대에서는 제(齊)나라의 역사적 전환점인 '전씨대제(田氏代齊)'가 공식적으로 완성되었다. 제나라의 강력한 신하 가문이었던 전씨(田氏)의 수장 전화(田和)가 주나라 안왕(安王)으로부터 정식 제후로 책봉을 받으며 제나라의 군주인 제태공(齊太公)으로 즉위했다. 이로써 주나라 건국 초기 강태공의 후손들이 다스리던 강성 제나라(姜齊)는 완전히 멸망하고, 전씨가 다스리는 전성 제나라(田齊)의 시대가 공식적으로 열리게 되었다. 이는 전국칠웅(戰國七雄)의 구도가 확립되는 데 중요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같은 해 중국의 조(趙)나라에서는 경후(敬侯)가 수도를 중모(中牟)에서 한단(邯鄲)으로 천도했다. 한단은 태항산맥의 동쪽 기슭에 위치하여 교통과 농업의 요지였으며, 철기 생산이 발달한 경제적 중심지였다. 조나라는 이 천도를 통해 국가의 경제력을 크게 키우고 주변국에 대한 군사적 방어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이후 한단은 진(秦)나라에 의해 전국시대가 종식될 때까지 조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적 수도로서 기능하며 당시 중국에서 가장 번화하고 중요한 대도시 중 하나로 성장하게 된다.
한편, 이탈리아 반도의 고대 로마는 켈트족(갈리아족)의 침략으로 촉발된 로마 약탈(기원전 390년 또는 기원전 387년경)의 치명적인 여파를 수습하고 도시를 재건하는 과정에 있었다. 독재관 마르쿠스 푸리우스 카밀루스(Marcus Furius Camillus)의 주도 아래 로마인들은 파괴된 도시의 기반 시설을 복구하고 국력을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 이 시기의 로마는 외부의 위협을 극복한 후 군사 제도를 개편하고 방어벽인 세르비우스 성벽의 축조를 준비하는 등, 훗날 이탈리아 반도의 패권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내부적 결속과 국가 방위 체계를 다지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