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플리즈(Papers, Please)는 루카스 포프가 개발한 1인 제작 인디 게임으로, 2013년 8월에 정식 출시되었다. 이 게임은 '디스토피아 서류 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를 표방하며, 가상의 공산주의 국가인 '아르스토츠카(Arstotzka)'를 배경으로 한다. 플레이어는 아르스토츠카의 국경 검문소에서 근무하는 입국 심사관이 되어, 입국을 시도하는 수많은 사람의 서류를 검토하고 입국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게임의 핵심 메커니즘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서류 대조 작업이다. 플레이어는 여권, 입국 허가증, 신분증 등의 서류에 기재된 이름, 사진, 성별, 유효 기간, 발행 도시 등을 대조하여 위조 여부를 가려내야 한다. 게임 내 날짜가 경과함에 따라 테러 예방이나 전염병 확산 방지 등의 이유로 확인해야 할 서류의 종류와 규정이 점차 복잡해지며, 플레이어는 제한된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인원을 정확하게 심사해야 한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내 심각한 도덕적 딜레마와 생존의 압박에 시도 때도 없이 직면한다. 심사관의 수입은 처리한 서류의 양에 비례하는데, 이 수입으로 가족의 식비, 난방비, 집세, 약값을 충당해야 한다. 실수로 규정을 위반하면 벌금이 부과되어 가족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뇌물을 제안받거나, 불쌍한 처지에 놓인 입국자의 사연을 듣고 규정을 어길지 고민하게 되는 등 개인의 양심과 가족의 안위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게임의 시각적 요소와 사운드는 전체주의 국가의 억압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8비트 스타일의 픽셀 그래픽과 저채도의 색감은 삭막하고 차가운 느낌을 주며, 육중하고 반복적인 배경 음악은 업무의 중압감을 고조시킨다. 또한, 입국자들의 서류를 넘기는 소리와 도장을 찍는 소리 등은 플레이어에게 실제 관료 업무를 수행하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페이퍼 플리즈는 게임 디자인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게임 부문 전략 및 시뮬레이션 상을 비롯하여 다수의 상을 받았다. 이 게임은 단순한 반복 노동을 게임적 재미로 승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관료주의의 비정함과 정치 체제 안에서 개인이 겪는 고뇌를 날카롭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총 20가지의 멀티 엔딩을 제공하여 플레이어의 선택이 초래하는 다양한 결과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