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스트로피 발레(Catastrophe Ballet)는 미국의 데스록(Deathrock) 및 고딕 록 밴드 크리스찬 데스(Christian Death)가 1984년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이 앨범은 밴드의 역사에서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받으며, 초기 데스록 사운드에서 벗어나 더욱 정교하고 예술적인 고딕 록 스타일을 확립한 작품이다. 앨범의 제작은 프랑스의 레이블 'L'Invitation au Suicide'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당시 유럽 음악 신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앨범 제작 당시 크리스찬 데스는 결성 멤버들이 대거 탈퇴하고 리더인 로즈 윌리엄스(Rozz Williams)를 중심으로 새로운 라인업이 구성된 상태였다. 윌리엄스는 밴드 폼페이 99(Pompeii 99)의 멤버들이었던 베일러 칸드(Valor Kand), 기타인 데몬(Gitane Demone), 데이비드 글래스(David Glass)와 손을 잡았다. 이들의 결합은 밴드의 음악적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며, 웨일스의 록필드 스튜디오(Rockfield Studios)에서 녹음이 진행되며 사운드의 완성도를 높였다.
음악적 측면에서 'Catastrophe Ballet'은 데뷔 앨범인 'Only Theatre of Pain'의 거칠고 공격적인 펑크 성향을 덜어내고, 그 자리에 몽환적이고 서늘한 대기감을 채워 넣었다. 초현실주의와 다다이즘의 영향을 받은 가사와 분위기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며, 어쿠스틱 기타와 건반 악기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사운드가 한층 입체적으로 변모했다. 이는 당시 영국을 중심으로 유행하던 포스트 펑크 및 초기 고딕 록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변화였다.
수록곡 중 'Cavity - First Communion', 'The Luxury of Cancer', 'The Blue Hour' 등은 앨범의 미학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곡들이다. 로즈 윌리엄스의 보컬은 이전보다 절제되면서도 비극적인 정서를 깊게 전달하며, 가사는 종교적 상징물, 죽음, 그리고 퇴폐적인 아름다움을 탐구한다. 특히 유럽 체류 기간 중 얻은 예술적 영감은 앨범 제목인 '카타스트로피 발레'라는 역설적인 표현을 통해 시각적이고 연극적인 이미지로 구체화되었다.
이 앨범은 발표 이후 평단과 장르 팬들로부터 고딕 록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크리스찬 데스의 커리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며, 이후 등장한 수많은 고딕 및 다크웨이브 밴드들에게 지대한 음악적 영감을 제공했다. 'Catastrophe Ballet'은 단순히 장르적인 성취를 넘어, 1980년대 초반 대안 음악 신이 보여준 실험성과 예술적 깊이를 상징하는 기록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