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대한민국은 격동과 전환의 시기였다. 1980년대의 민주화 열기가 제도적 민주주의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사회 전반에 걸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 시기는 냉전의 종식과 함께 세계화라는 새로운 조류가 밀려왔으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영역에서 구체제와 신체제가 충돌하고 교차하는 혼란과 역동성이 공존하던 시기였다.
정치적으로는 1993년 김영삼 정부의 출범으로 30여 년간 지속된 군사 정권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문민정부 시대가 열렸다. 정부는 '역사 바로 세우기'를 통해 전직 대통령들을 법정에 세우는 등 과거 청산 작업을 진행했으며, 금융실명제 실시를 통해 경제 정의 실현을 도모했다. 그러나 성수대교 붕괴와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대형 참사들이 잇따르며 고도성장기에 가려져 있던 안전 불감증과 부실 행정의 폐단이 수면 위로 드러나 사회적 불안감이 극도로 고조되기도 했다.
사회 및 문화적으로는 이른바 'X세대'라고 불리는 개성 강한 젊은 층이 등장하며 대중문화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필두로 한 대중음악의 변화는 기존의 권위주의적 가치관을 뒤흔들었으며, 케이블 TV의 도입과 인터넷의 초기 보급은 정보화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소비 중심의 자본주의 문화가 정착되면서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는 듯 보였으나, 급격한 개방과 서구화 과정에서 전통적 가치관과의 마찰과 세대 간의 갈등은 심화되었다.
1990년대 후반에 발생한 1997년 외환 위기(IMF 사태)는 한국 사회에 가장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사건이었다. 국가 부도 위기 속에서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대량 해고와 실업 사태가 발생하며 '평생직장'의 개념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이는 한국인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으며,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 국민적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소득 양극화와 비정규직 확산이라는 장기적인 사회적 과제를 남겼다.
결론적으로 1990년대는 희망찬 세계화의 꿈과 참혹한 경제적 시련이 공존했던 시기였다.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민주화의 기틀을 다졌으나,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위기는 현대 한국 사회의 구조적 특징을 형성하는 근간이 되었다. 이 시기의 혼란은 단순한 무질서가 아니라, 고도성장기의 모순을 해결하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나아가기 위한 진통의 과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