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카의 비명(Scream of the Shalka)'에 등장하는 9대 닥터는 2003년 영국 BBC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플래시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주인공이다. 배우 리처드 E. 그랜트가 목소리 연기를 맡았으며, 당시 BBC는 이 캐릭터를 8대 닥터의 뒤를 잇는 정식 9대 닥터로 공인하였다. 이는 '닥터후' 시리즈의 탄생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이 버전의 닥터는 기존 시리즈의 닥터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어둡고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외형적으로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창백한 피부를 가진 냉소적인 신사로 묘사되며, 성격 또한 다소 거만하고 세상에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가장 독특한 설정 중 하나는 안드로이드 몸체에 기억이 이식된 마스터가 타디스 안에 거주하며 닥터의 조력자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작품의 주된 내용은 외계 종족 '샬카'가 지구의 라넷(Lannet)이라는 마을 아래에 거점을 마련하고 침공을 준비하는 과정을 다룬다. 닥터는 현지에서 만난 앨리슨 체니와 함께 샬카의 음모를 파헤친다. 샬카는 인간의 비명소리를 이용해 지구의 대기 환경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개조하려 하지만, 닥터는 자신의 지능과 안드로이드 마스터의 도움을 빌려 이들의 계획을 저지한다.
하지만 2005년 러셀 T 데이비스에 의해 '닥터후' 실사 드라마 시리즈가 부활하면서 이 닥터의 지위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크리스토퍼 에클스턴이 연기하는 새로운 9대 닥터가 공식적으로 등장함에 따라, '샬카의 비명' 속 닥터는 정사(Canon)에서 제외되었다. 이후 이 캐릭터는 '비공식 9대 닥터' 혹은 '샬카 닥터'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공식 설정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안적인 타임라인의 인물로 취급받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샬카의 비명'은 드라마가 중단되었던 공백기 동안 시리즈의 생명력을 이어가려 했던 중요한 시도로 평가받는다. 리처드 E. 그랜트의 연기와 독창적인 설정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그는 훗날 실사 시리즈에서 '위대한 지성(Great Intelligence)' 역으로 출연하며 닥터후 세계관과 다시 인연을 맺기도 했다. 현재 이 버전은 '언바운드(Unbound)' 세계관의 일부로서 독자적인 가치를 지닌 캐릭터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