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20형 증기 기관차

8620형 증기 기관차는 일본 국유 철도가 1914년부터 제조한 텐더식 증기 기관차다. 차륜 배치는 2-6-0(Mogul) 형식을 채택하였으며, 이는 일본 최초의 본격적인 양산형 여객용 증기 기관차로 분류된다. 일본 기차 제조 회사(기샤 가이샤)와 가와사키 조선소 등에서 총 672량이 생산되었으며, 철도 현장에서는 '하치로쿠'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기관차는 과열 증기 방식을 도입하여 기존 포화 증기 기관차보다 연료 효율과 출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설계의 가장 큰 특징은 우수한 곡선 주행 능력과 범용성에 있었다. 2-6-0 차륜 배치는 선륜이 1축, 동륜이 3축인 구조로, 비교적 가벼운 축중과 유연한 주행 성능을 제공하여 선로 규격이 낮은 지방 노선이나 곡선이 많은 산악 지형에서도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8620형은 간선의 여객 열차부터 지선의 화물 열차까지 폭넓게 운용되었다.

한반도에는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철도국(센테쓰)에 의해 도입되어 운행되었다. 한국의 지형은 산악이 많고 철도 노선에 구배와 곡선이 잦았기 때문에 8620형의 특성이 적합했다. 주로 경원선이나 함경선 등 북부 지방의 험준한 노선이나 전국의 지선 여객 수송에 투입되었다. 조선총독부 철도국 소속 차량 외에도 사철 회사들이 자체적으로 발주하여 사용하기도 하였으며, 당시 한반도 철도 운송의 한 축을 담당했다.

1945년 광복 이후 남북이 분단되면서 한반도에 남아있던 8620형 기관차들은 대한민국 철도청과 북한 철도성에 각각 귀속되었다. 대한민국에서는 미군정청의 명명법에 따라 '터우(Teu-u)'형으로 분류되었으며, 구체적으로는 터우1형으로 불렸다. 한국 전쟁 전후의 혼란기와 재건기 동안 여객 및 화물 수송에 활용되었으나, 노후화와 디젤 기관차의 등장으로 인해 1960년대를 거치며 점차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현재 대한민국 내에서 운행되는 8620형(터우형) 증기 기관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차량이 퇴역 후 폐기되었으나, 이 기종은 한국 철도 초창기와 근대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기종으로 기록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일부 차량이 동태 보존되어 관광 열차로 운행되기도 했으나, 한국에서는 철도박물관 등의 사료를 통해서만 그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