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

1914년은 인류 역사에서 거대한 전환점으로 기록되는 해다. 19세기부터 이어져 온 유럽 주도의 제국주의 질서가 균열을 일으키고, 전 세계적인 규모의 참화인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이 해는 평화로운 '벨 에포크' 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현대사에서 '극단의 시대'라 불리는 거대한 갈등과 파괴의 서막을 열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상징성이 매우 크다.

전쟁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1914년 6월 28일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발생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이 세르비아 민족주의 조직 소속의 청년 가브릴로 프린치프에게 암살당한 '사라예보 사건'이 발단이었다. 이 사건은 단순히 발칸반도의 국지적 갈등에 그치지 않고, 복잡하게 얽혀 있던 유럽 열강의 동맹 체제를 자극하며 대규모 국제 분쟁으로 비화하였다.

사라예보 사건 이후 한 달간의 외교적 위기인 '7월 위기'를 거치며 상황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7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세르비아에 전쟁을 선포하자, 러시아, 독일, 프랑스, 영국 등 강대국들이 연쇄적으로 참전했다. 8월 초에는 유럽 대륙의 주요 국가들이 대부분 교전 상태에 돌입했으며, 이는 인류 최초의 총력전인 제1차 세계 대전의 공식적인 시작을 의미했다.

전쟁 초기 독일군은 벨기에를 침공하여 프랑스로 진격하는 '슐리펜 계획'을 실행했으나, 9월 마른 전투에서 프랑스-영국 연합군에 저지당하며 단기전 승리의 계획이 좌절되었다. 이후 양측은 전선의 고착화를 피하기 위해 북해를 향해 전선을 확장하는 '바다로의 경주'를 벌였으나, 결국 스위스 국경에서 북해 해안에 이르는 거대한 참호선이 형성되었다. 1914년 말에 이르러 기동전은 종료되고, 이후 수년간 수많은 사상자를 낸 잔혹한 참호전의 양상이 시작되었다.

제1차 세계 대전 외에도 1914년에는 세계사에 영향을 미친 주요 사건들이 있었다. 8월 15일에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가 공식 개통되어 해상 물류의 혁명을 가져왔다. 한편, 일제 강점기 하의 한반도에서는 일제가 행정 구역 개편인 부군면 폐합을 단행하여 식민 통치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려 했던 해이기도 하다. 이처럼 1914년은 전 지구적 갈등과 기술적 진보, 식민 지배의 심화가 교차한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