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대란

69대란은 2014년 6월 9일을 전후하여 대한민국의 이동통신 시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불법 보조금 살포 사건을 일컫는 용어다. 당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의 보조금 상한선을 훨씬 초과하는 금액을 유통망에 지원했다. 이로 인해 최신 스마트폰이 이른바 '공짜폰'으로 풀리거나, 오히려 개통 시 소비자에게 현금을 얹어주는 '페이백(Payback)' 현상까지 발생했다. 이 사건은 211대란(2014년 2월 11일) 등과 함께 단말기 유통 시장의 극심한 혼탁 양상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되어 있다.

이 사태의 핵심 배경에는 이동통신사들의 치열한 시장 점유율 경쟁과 더불어, 같은 해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단통법 시행 이후에는 보조금 지급 액수가 엄격하게 제한되고 그 내역이 투명화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동통신사들은 법 시행 이전에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최대한 많은 번호이동 가입자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또한 6월 초 현충일이 포함된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소비자의 수요가 집중될 것을 겨냥하여 각 통신사가 경쟁적으로 리베이트(판매 장려금)를 투입하면서 경쟁이 급격히 과열되었다.

69대란 당시 시장의 상황은 매우 기형적이었다. 출고가가 90만 원 안팎이던 삼성전자의 갤럭시 S5, 갤럭시 노트 3, LG전자의 G3 등 당시 최고급 사양의 플래그십 스마트폰들의 할부원금이 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부 판매점 및 대리점에서는 고가 요금제 유지 및 부가서비스 가입을 조건으로 기기값을 전액 면제해 주는 것을 넘어, 수십만 원의 현금을 불법적으로 되돌려주기도 했다. 이러한 판매 조건은 뽐뿌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밴드, 카카오톡 등 폐쇄형 SNS를 통해 은어로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한밤중에 이른바 '성지'로 불리는 대리점 앞에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개통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즉각적인 시장 조사와 제재 조치에 착수했다. 방통위는 이동통신 3사 임원들을 긴급 소집하여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불법 보조금 지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의 엄중한 경고와 현장 조사 압박이 가해지자, 이동통신사들은 서둘러 유통망에 내렸던 보조금을 거둬들였다. 이로 인해 불과 며칠, 혹은 몇 시간 만에 휴대폰 할부원금이 다시 정상 출고가 수준으로 폭등하며 시장은 극심한 혼란을 겪었고, 보조금이 회수되기 전 개통하지 못한 대기자들의 개통이 대거 취소되는 사태도 잇따랐다. 이후 방통위는 시장 과열을 주도한 통신사들에 대해 사실조사를 거쳐 과징금 부과 등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69대란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자 간의 극심한 차별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발품을 통해 정보와 은어를 습득한 소수의 소비자는 최신 스마트폰을 거의 무료로 얻은 반면, 정보에 어두운 다수의 일반 소비자는 비싼 출고가를 그대로 지불하여 상대적인 박탈감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극단적인 가격 차별과 '호갱(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 논란은 결국 단말기 유통 시장의 투명화와 가입자 간 보조금 차별 금지를 골자로 하는 단통법 도입의 정당성을 정부가 주장하는 핵심적이고 강력한 근거로 작용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