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년

334년은 율리우스력의 평년으로, 4세기 전반에 해당하는 해이다. 동아시아에서는 한반도의 삼국이 각자의 체제를 정비하며 발전해 나가고 있었고, 중국 대륙은 5호 16국 시대의 극심한 분열과 혼란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반면 유럽과 지중해 일대에서는 콘스탄티누스 1세의 통치 아래 로마 제국이 비교적 안정적인 체제를 유지하며 제국의 기틀을 다지고 있었다.

한반도의 고구려에서는 고국원왕 4년에 해당하는 해이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에 따르면, 이 해 가을 8월에 고구려는 평양성(平壤城)을 증축하는 대규모 토목 공사를 진행했다. 당시 고구려의 수도는 국내성이었으나, 서쪽의 전연(前燕) 등 중국계 유목민족 국가들의 성장에 따른 군사적 위협이 커지면서 이에 대비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평양성 증축은 국가의 남부 방어선을 강화하고, 훗날 고구려가 남진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전략적·경제적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였다.

백제에서는 비류왕 31년의 기록이 전해진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따르면 334년 봄 2월, 백제는 궁실을 중수하며 왕실의 권위를 세우고 내부를 정비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이 시기에 극심한 가뭄이 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농업 생산력 저하로 인한 백성들의 고충이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같은 달에 커다란 별이 서쪽으로 흘러갔다는 천문 현상이 기록되어 있는데, 고대 사회에서 이러한 비일상적인 천문 현상은 국가의 중대사나 왕조의 길흉을 암시하는 정치적 징조로 해석되곤 하였다.

중국의 5호 16국 시대에는 각국 내부에서 치열한 권력 투쟁과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쓰촨성 일대에 자리 잡은 성한(成漢)에서는 2대 황제인 이반(李班)이 즉위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334년에 형제인 이기(李期)의 세력에게 암살당하는 정변이 일어났고, 이기가 새롭게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또한 화북 지역을 지배하던 후조(後趙)에서는 실권자 석호(石虎)가 3대 황제 석홍(石弘)을 폐위시키고 처형한 뒤 스스로 거룩한 왕을 뜻하는 천왕(天王)에 즉위하여 무자비한 철권통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로마 제국에서는 콘스탄티누스 1세가 제국의 통합과 기독교 공인 이후의 사회 질서 재편을 이끌고 있었다. 334년에는 동지중해의 키프로스 섬에서 칼로카에루스(Calocaerus)가 스스로 황제를 자칭하며 반란을 일으켰다. 이에 콘스탄티누스 1세는 자신의 이복조카(또는 이복동생의 아들)인 플라비우스 달마티우스(Flavius Dalmatius)를 파견하여 반란을 신속히 진압했다. 칼로카에루스는 생포되어 킬리키아의 타르수스에서 처형되었고, 로마 제국은 이 사건을 통해 동방 속주에 대한 제국의 통제력을 굳건히 유지했음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