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로마자 표기법은 2000년 7월 7일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문화관광부 고시 제2000-8호)을 지칭한다. 이는 1984년에 제정되어 사용되던 매큔-라이샤워 표기법 기반의 기존 규정을 대체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정보화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인터넷 도메인 등록이나 컴퓨터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특수 부호 입력이 어렵다는 단점을 개선하고, 한국어 화자의 발음 구조를 보다 합리적으로 반영하여 세계화 시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제정되었다.
이 표기법의 가장 핵심적인 원칙은 국어의 표준 발음법을 따르는 것이다. 한글 자모를 기계적으로 1대 1 대응시키는 전자법(transliteration)이 아니라, 소리 나는 대로 적는 전음법(transcription)을 기본으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자음 동화, 구개음화 등 음운 변화가 일어날 경우 변화된 발음을 표기에 반영한다. 예를 들어 ‘신라’는 글자대로인 ‘Sinla’가 아니라 실제 발음인 [실라]를 따라 ‘Silla’로 표기하며, ‘알약’은 [알략]으로 소리 나므로 ‘Allyak’으로 적는다.
세부적인 표기 방식에서는 컴퓨터 입력의 편의성을 위해 반달표(˘)나 어깨점(’) 같은 특수 부호를 완전히 제거했다. 모음 표기에서 ‘ㅓ’는 ‘eo’로, ‘ㅡ’는 ‘eu’로 정하여 영문 알파벳만으로 입력이 가능하도록 했다. 자음의 경우 파열음(ㄱ, ㄷ, ㅂ)은 모음 앞과 같은 유성음 환경에서는 ‘g, d, b’로, 자음 앞이나 어말과 같은 무성음 환경에서는 ‘k, t, p’로 구분하여 적는다. 또한, 과거 거센소리(ㅋ, ㅌ, ㅍ) 표기에 사용되던 어깨점을 없애고 각각 ‘k, t, p’로 표기하되, ‘ㄱ, ㄷ, ㅂ’과의 구별이 모호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문맥에 따라 구분한다.
인명, 지명, 회사명 등 고유 명사의 표기에서는 원칙적으로 이 규정을 따르되, 인명의 경우 성과 이름의 순서로 띄어 쓰고 이름은 붙여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행정 구역 단위인 도, 시, 군, 구, 읍, 면, 리, 동 등은 붙임표(-)를 넣어 구분하고, 붙임표 앞뒤에서 일어나는 음운 변화는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청주시’는 ‘Cheongju-si’로 표기한다. 다만, 도로 표지판, 지도, 교과서 등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서는 이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여 혼란을 최소화하고 있다.
21세기를 맞아 개정된 이 로마자 표기법은 국제 표준화 기구(ISO)의 흐름과 정보 통신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의 산물이다. 제정 초기에는 기존 표기법과의 차이로 인해 상당한 사회적 비용과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도로명 주소 체계와 각종 공공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핵심 기준으로 정착되었다. 이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접할 때 한국인의 실제 발음에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실용적인 도구로서 기능하고 있다.